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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이병헌 “♥이민정 영화 보고 몇 번 울어…내가 안 나오는 장면이 슬펐다고” [SS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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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 사진 |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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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수경기자] “바둑 자체가 중요한 영화였다면 고민했을 것이다. 바둑을 몰라도 전혀 상관없다. 감독님, 출연 배우들마저도 바둑을 몰랐다.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이야기, 드라마다”

바둑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 이야기다.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승부’다. 8 ~ 90년대 국민들을 열광하게 한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에 대한 서사다. 이병헌이 조훈현을 맡았다. 예고편 공개와 동시에 놀라운 싱크로율로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늘 부담스럽다. 실제 인물에 기댈 수 있는 부분과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 양면적인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대면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당시 대국에서의 마음가짐, 국수님의 스승에 대한 이야기 등 그분의 여러 가지 성격과 심성, 버릇을 관찰하기 위해 더 애를 썼어요. 다만 픽션에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연기하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한적이긴 하죠.”

영화 ‘승부’ 이병헌 스틸. 사진 |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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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국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2대 8’ 가르마 헤어스타일에 도전한 것은 물론 당시 대국 때 입었던 옷과 거의 흡사한 의상들을 입고 등장한다. 실제 조훈현 국수의 버릇과 습관, 특유의 제스처, 손짓 등 몸짓과 표정의 디테일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병헌은 무려 50벌에 달하는 의상을 입고 촬영에 임했다.

“워낙 참고 자료가 많았어요. 외적으로 많이 비슷하게 하려 했어요. 사실 저와 눈썹도 위치도 다르세요. 원래의 눈썹은 지우고 위로 향하는 눈썹을 새로 그리기도 했죠. 사진들로 이미 연구도 했지만 촬영 직전에도 보면서 그 자세를 취했어요. 담배를 피울 때의 모습도, 마지막 대국 장면도 자료 사진과 흡사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조훈현 국수. 사진 |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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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국수는 지난 19일 신진서 9단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단과 바둑 관계자들과 함께 시사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을 관람을 했다.

이병헌은 “시사 날 오셔서 놀랐다. 처음 오시자마자 ‘예고편 보는데 난 줄 알았어’라고 하시더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품 관람 후 전해 들은 바로는 “창호에게 저렇게 안 가르쳤다고 하셨다. 당신의 이야기인데도 조 국수님께서 오히려 ‘내가 저랬었구나’ 느끼셨다더라. 그때의 감정들과 정서, 겪어온 일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려지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승부’ 시사회 현장에는 조훈현 국수뿐만 아니라 이병헌의 전 가족이 함께 했다. 아내인 배우 이민정은 VIP 시사회 포토월에도 참석하며 내조에 나섰다.

“아내 이민정, 아들도 몇 번을 울었다고 했어요. 내가 슬프게 연기한 적이 있었나 싶었죠. 창호한테 야단칠 때, 창호가 떠나갈 때 같이 울었다고. 다 내가 나오는 장면은 아니었어요. 하하.”

영화 ‘승부’ 이병헌 스틸. 사진 |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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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엔 바둑 천재 조훈현, 그리고 연기 천재 이병헌이 있다. ‘승부’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이병헌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감독 또한 ‘승부’는 ‘이병헌의 연기 오마카세’라고 칭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이병헌도 데뷔 초에는 끝없는 실패를 겪었다.

“저는 충무로에서 절대로 쓰면 안 되는 배우였어요. 데뷔 후 4개의 작품을 말아먹었어요. 그때 감독의 경우에는 한 작품만 망해도 아예 안 쓸 때였어요. 배우는 3번까지는 지켜봐 주지만 ‘쟤 쓰면 망한다’로 인식될 때였거든요. 저는 다행히 5번째 영화에도 캐스팅이 됐는데 ‘충무로의 미스터리’였어요.”

4전 5기다. 이병헌은 다섯 번째 영화인 ‘내 마음의 풍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후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흥행시키며 충무로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평소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이병헌은 우여곡절이 많던 이 영화를 OTT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 선보이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극장으로 데려간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 향수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극장 특유의 냄새 있었어요. 그 향이 나는 순간 심장이 뛰었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시멘트 벽, 오징어와 땅콩 구운 냄새, 스크린 아래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장면까지도 나에겐 향수로 남아있어요.”

이병헌은 최근 ‘승부’ 홍보를 위해 ‘핑계고’, ‘짠한형’ 등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얼굴을 자주 비추고 있다. 예전과 변화된 홍보 트렌드에 대해서는 “보는 이들도 작품 얘기만 하는 것은 원하지 않을 테니 내 얘기를 많이 해야한다. 다 하고 나서 허탈해지는 느낌이다. 이번에 두 개를 했는데, 긴 토크쇼를 두 번 나간 느낌이다. 내가 아는 방송이라는 시스템이랑 전혀 다른 느낌이다. 새삼스럽게 놀랐다. 막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기억도 잘 안나고,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했다”고 밝혔다. yoons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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