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기업 직원, 남성 80~90% 차지
반도체 일자리 창출 효과 남성만 수혜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여성 인력 도시로 유출
"지방 의회 여성 의원도 적어, 정책 발굴 등 기대도 어려워
일본 도쿄에 사는 30대 중반 여성 A씨는 반도체 공장이 가동될 예정인 사가현 근처에 친정집이 있지만, 농촌 지역 이주를 꺼리게 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규슈, 홋카이도, 도호쿠 등의 지역에서 신공장 건설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론 ‘여성 없는 마을’의 등장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가 적고 출산·육아 환경도 열악해 농촌지역에서 여성 인력 유출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건설된 TSMC 제1공장 전경.(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반도체 신공장 건설 계획은 농촌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지만 여성 고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반도체 기업 직원의 80~90%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A씨의 친정 집 근처에 들어서게 될 반도체 공장 역시 회사 직원의 90%가 남성이다.
일본 농촌 지역에서 여성들의 일자리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비정규직처럼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인 데다,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일본 내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지역으로 손꼽히는 도치기현의 경우 남성 임금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의 임금 수준은 71에 불과하다.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여성 인력들은 도시로 떠나고 있다. 구마모토현에서는 지난해 전출한 여성의 수가 남성의 3배에 달했으며 도치기현 역시 2.9배를 기록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 유출된 지방은 인구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일본 민간 협의체인 인구전략회가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9세 여성 인구 감소율이 2050년까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자치단체는 무려 744개에 달했다. 이는 전체 지자체의 40%를 넘어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에서 갈수록 ‘여성 없는 의회’가 흔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의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농촌 지역 여성들이 당면한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설정, 입법화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전국 시군구 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지자체는 2023년 말 기준 13%를 기록했고, 아오모리현과 후쿠시마현은 30%에 달했다.
닛케이는 “지방에서 여성 인력 유출이 멈추지 않고 있는 건 지방의회에 여성 의원이 적어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것도 한 요인”이라며 “이대로 전출이 계속되면 여성 없는 마을의 출현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