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도시락으로 식사 때운 최상목 ‘대대행’ 체제, 87일만에 역사 속으로

0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덕수 탄핵 기각에 임기 마무리

경제부터 산불까지 살인적 일정

경제 지표 관리에도 성과 드러내

강한 리더십으로 공백 최소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계도 막을 내리게 됐다. 대통령과 총리까지 연이어 탄핵 소추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 대행이 석 달간 권한대행으로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보이며 주요 경제지표 관리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24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탄핵이 기각되며 업무에 즉시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업무 보고를 한 뒤에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최상목 부총리는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넘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으며 ‘1인 3역’ 체제를 소화했다. 국무총리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유례없는 중책을 동시에 맡은 최 대행은 정치적 혼란과 국내외 경제 변수 속에서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권한대행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그는 보통 오전 6시쯤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해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과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후에도 대외경제현안간담회, F4회의 등 하루 평균 3~5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국정의 중심을 지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 대행은 점심과 저녁 식사 대부분을 외식 없이 청사 내 무궁화홀에서 식사를 하거나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배달음식 등으로 해결했다. 바쁜 일정 탓에 식사를 하면서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참모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대행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제대로 한 번 쉬지도 않고 매일 출근하며 초단위로 바쁘게 일을 했다”면서 “식사를 하면서도 주변 참모들과 계속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 경호처 등 곳곳에서 최 대행에 대한 경호수준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최 대행은 이마저도 거절하며 최소한의 경호만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재부 내부에서 최 권한대행을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했다. 실무형 리더십, 강한 책임감, 과도한 의전을 지양하는 실용적 태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소모 없이 국정을 흔들림 없이 이끈 실무형 리더의 전형”이라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매일 새벽 회의를 이끌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한 모습은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무 중심의 국정 운영은 야당의 거센 공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이후 최 대행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대행은 “일신의 거취를 포함한 그 외의 모든 이슈는 지금 자신에겐 사치에 불과하다”며 “대외적으로는 통상전쟁이, 국내적으로는 연금개혁과 의료개혁 등 민생과 직결된 중요 현안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시점인 만큼 안정된 국정 운영과 국익 확보에 절박하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야당의 탄핵안이 발의된 다음 날에도 경남 산청군의 현장지휘 본부를 방문해 산불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중대본을 설치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이라는 중대한 국정 결단도 주목 받았다. 공석으로 남아 있던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논란이 지속됐지만 최 대행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기능 정상화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려 당시 여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한 용단이란 평가가 나왔다.

특히 최 대행은 경제부총리로서 경제 상황 관리에 신경을 쓰며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가했다. 환율, 물가, 수출입 등 주요 지표는 비교적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대외 경제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국내 경제의 기본 체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시장과의 신뢰를 유지하고자 소통에 힘썼으며 기업 투자와 수출 진작을 위한 정책 발표도 계속 이어왔다. 가령 최근까지만 해도 최 대행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철강·알루미늄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 등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 존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으로는 정상 간 직접 소통이 필요한 정상외교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결과적으로 통화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미 통상 이슈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과 직접 통화하거나 협의하지 못한 점은 외교적 역량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제 다시 본연의 자리인 경제부총리로 돌아간다. 권한대행 체제가 종료되더라도 최 대행은 올해 경제 운용의 키를 계속 쥐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혼란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보여준 그의 실용적 리더십은 향후 정책 운영의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