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우방도 신하 대하듯” 트럼프, 80년 전통 깬 ‘감사외교’ 속내는? [디브리핑]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브리핑(Debriefing:임무수행 보고):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핫한’ 글로벌 이슈의 숨은 이야기를 ‘속시원히’ 정리해드립니다. 디브리핑은 독자와 소통합니다. 기사 하단 [디브리핑] ▶구독◀을 누르시면 알찬 연재물을 보실수 있습니다. 궁금한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레슬링 챔피언십에서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J.D 밴스 미국 부통령)

“프랑스인들이 지금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은 오직 미국 덕분이다. 그러니 그들은 이 위대한 나라에 매우 감사해야 한다.” (캐롤라인 래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최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연이어 “미국에 감사하라”는 발언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외교 기조가 ‘감사의 정치(The Politics of Gratitude)’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방국을 지원하는 반대급부로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전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미국이 우방국에 노골적으로 감사를 요구하는 행보에 비판도 고조된다.

“미국과 트럼프에 감사해라” 노골적 언급…젤렌스키에 4차례 받아내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감사의 정치: 트럼프는 어떻게 외국 지도자들에게 감사를 요구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 수장들에게 감사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외교 관계자에게 감사를 요구한 사례를 소개하며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정책을 형성하는 방식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보여준다”며 “외교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 개인적인 감사 표현을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자, JD밴스 부통령은 젤렌스키를 몰아붙이며 “트럼프에 감사해라”고 몰아붙였다.

지난 14일에는 프랑스 한 정치인이 자유의 여신상 반환을 요구하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를 비판하며 “이 위대한 나라(미국)에 매우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 10일 폴란드 외무장관이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에 제공 중인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통신망을 차단할 가능성을 비판하자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미국에)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며 비난했다. 그는 “스타링크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오래전에 전쟁에서 패배했을 것이고, 지금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에 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동맹국을 신하 대하듯”…지배력 과시하려는 트럼프 성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UPI]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독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트럼프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적이다. 매트 더스 국제정책센터 수석 부회장은 “트럼프는 사업가이자 정치인으로서 항상 ‘지배력을 과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일종의 ‘보호비 시스템’처럼 취급한다”며 “보호를 받고 싶으면 상사에게 존경을 표하고 대가를 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행보가 동맹국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외교협회 회장은 “이런 접근 방식은 미국이 외교 전략으로 동맹국들을 돕기보다 일종의 ‘미국이 제공하는 호의’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지난 80년 동안 유지된 관행과 근본적으로 다른 행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 안보를 지원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이라며 “트럼프가 이런 개념 자체를 의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코리 샤키 미국기업연구소(AEI) 외교·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니라 마치 자기 신하처럼 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