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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發 유상증자 논란 확산… “성장동력 확보” vs “개미들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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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6조 증자 발표 뒤 주가 급락

삼성SDI도 2조 발표 후 52주 신저가

개인투자자들 “밸류업 역행” 비판

한화 경영진, 주식 매입 나서

직장인 윤모 씨(37)는 지난달부터 여유 자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분할 매수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미국, 유럽 증시의 방산 업종 주가가 치솟으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일 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유증)를 발표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전량 매도했다. 윤 씨는 “주주 가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주주 불안이 커지자 한화에어로는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회사 주식 약 30억 원어치(21일 종가 기준 약 4900주)를 매수한다고 23일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주요 기업들의 잇따른 ‘기습 유상증자’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들은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주주 신뢰를 깨뜨리고 최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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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 이어 한화에어로까지 ‘유증 역습’

이달 21일 코스피 상장사인 한화에어로 주가는 전일 대비 13.02% 하락한 62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한화에어로가 20일 3조6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결과다. 앞서 삼성SDI도 14일 2조 원의 유증 소식을 발표했는데, 당일 주가는 전일보다 6.18%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유증은 새로운 주식(신주)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다. 단기적으로 유증은 기존 주주에게 악재로 여겨져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신주가 발행되면 총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SDI, 한화에어로 같은 우량 기업들이 유증에만 의존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자 비용이 드는데, 유증은 주관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만 일회적으로 부담하면 된다”며 비용 문제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들과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주요 평가 요소인 재무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차입, 채권 발행 대신 유증으로 투자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장기 주가, 결국 성장성에 달려

유증은 단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증권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유증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주주 배정 유증을 발표한 기업의 다음 날 평균 주가 하락률은 10.2%였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유증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주가가 외려 상승하기도 한다. 이달 4일 홍콩 증시에서 유증을 발표한 중국 BYD가 대표적인 예다. BYD는 주당 335.20홍콩달러에 신주를 발행해 총 56억 달러(약 8조2000억 원)를 확보했다. 하지만 BYD 주가는 5일 349.20홍콩달러로 오히려 상승한 데 이어 21일 종가는 391.6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5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충전 시스템을 출시하면서 테슬라를 앞지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단타족’이다 보니 기업들의 유증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며 “삼성SDI와 한화에어로가 유증의 명분으로 내세운 청사진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연구하는 것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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