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과 손팻말을 손에 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하며 ‘헌재는 즉각파면’을 외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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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서울 경복궁역부터 안국역 주변까지, 도로와 보도를 메운 시민들이 일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목을 놓아 열번 외쳤다. ‘판결문이 밥이냐, 뜸을 들이게’ ‘민주주의 네버다이’ 등 저마다의 간절함을 담아 손수 적은 팻말이 구호에 맞춰 흔들렸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며, 이날 시민들의 분노는 직접 헌재로 향했다. 무대에 오른 시민 박승하씨는 “(비상계엄 선포가) 벌써 100일도 더 전이다. 겨울 초입이었는데 이제 눈이 다 녹고, 그때 국회에 왔던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이 돼서 동아리 가입하고, 우리 딸은 유치원 2년차가 됐는데 왜 아직도 윤석열은 파면되지 않은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이 지연되며, 불안을 넘어 현실화하는 사회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성예림씨는 “선고가 늦어지며 내란 세력이 더 기승을 부린다. 헌재가 가루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폭력도 불사한다”고 우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도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언제든 계엄이 선포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된다”며 “그렇다면 외국인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까, 계좌에 적힌 우리 돈이 언제든 인출될 거라고 믿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혼란 중 아주 일부”라고 말했다.
전국 1700여개 단체가 꾸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그동안 광화문 농성장을 중심으로 단식농성, 삼보일배, 각계 시국선언을 이어왔던 데서 나아가 ‘총력전’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서울 남태령에서 트랙터 행진을 막은 경찰에 시민들과 함께 맞서며 연대의 장을 만들었던 전국농민총연맹(전농) 농민들은 오는 25일 다시 한번 ‘윤석열 즉각파면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시위’를 예고했다.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가 모여 오후 2시 서울 남태령에서 집회를 연 뒤, ‘범시민 대행진’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동십자각 방면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23일 서울 도심으로 전농 트랙터가 진입할 경우 극우 세력과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전농 쪽에 남태령에서 농민들 행진은 허용하되 트랙터·화물차량의 참여는 불허하는 ‘행진 제한’을 통고했다. 전농은 경찰의 ‘트랙터 행진 제한’에 불복하는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할 계획이다.
오는 27일에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윤석열 즉각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 총파업’이 이뤄진다. 비상행동은 노동자들에게 “이날 오후 반나절 연가를 내고 집회에 모여달라”고 요청했다.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이제 거점을 지키고 버티는 투쟁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 동네에서 거리에서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주권자 시민의 절실한 열망을 모아내는 전면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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