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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장악력 떨어진 국힘 지도부, 연금개혁 법안에 의원 과반이 반대·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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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는 장외투쟁 없이 연금 양보에 불만

친한계는 마음의 빚 없어, 미래세대 대변 전략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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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연금개혁 법안에 국민의힘 의원 과반이 반대·기권표를 행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당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 반발을 감안했다고 해도 이렇게 다수가 원내 지도부 지침을 이탈한 것은 여당에서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도부 합의 내용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의원들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장외투쟁에 나서지 않은 지도부에 대한 친윤석열(친윤)계의 불만,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친한동훈(친한)계의 선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재석 277인 중 찬성 194인으로 가결됐다. 반대가 40인, 기권이 43인으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임을 감안하면 반대·기권이 많았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소속 의원 108명 중 37명만 찬성했고, 반대가 26명, 기권이 30명, 불참이 15명이었다. 반대와 기권을 더하면 56명으로 과반이다.

이날도 박수영 당 연금개혁특위위원장을 비롯해 특위 위원들이 원내 지도부 합의에 반발해 전원 사퇴하고, 안철수 의원이 SBS라디오에 출연해 “연금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국민연금법 재정안에 반대·기권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크게 3040세대 젊은 의원들과 당 연금개혁특위에 함께 했던 의원들, 친한계 의원들, 윤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에 적극 참여한 강성 친윤계 의원들로 나뉜다. 이 중 3040세대의 반대는 청년층의 지지를 받기 위한 양동작전으로써 당 지도부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왜 기성세대 이익만 챙기고 미래세대에게 아픔을 주냐고 민주당에 사자후를 토했지만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했고, 현실적으로 우리 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100% 만족 못했지만 일단 합의했다”며 “국민의힘이 더 많은 선택을 받게 되면 그때 가서 제대로 된 연금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연금특위 위원은 젊은 세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기권이 과반이 나온 것은 지도부 장악력이 떨어진 당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강성 친윤계 의원들은 당 차원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도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윤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있었다면 야당에 양보하지 않았을 조건(자동조정장치 도입 유예 등)을 권 원내대표가 허용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원내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는 의원들이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어제 연금개혁안에도 반대·기권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친한계 의원들도 대거 반대·기권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청년들의 부담으로 기성세대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며 “오늘 어렵게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적었다. 그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친한계 역시 지난해 12월 한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몰아내고 취임한 권 원내대표를 따를 의무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친한계는 조기 대선에 대비해 이번 합의를 기성세대의 기득권 지키기로 간주하고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매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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