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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유럽의 '재무장'…EU 정상들 이견, 우크라 지원 합의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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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나선 각국 정상들이 유럽의 조속한 ‘재무장’ 추진에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자금 동원 방법을 놓고는 이견을 재확인하며 재무장 실현을 위한 갈길이 멀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심지어 눈앞의 현안인 우크라이나 지원안 합의도 실패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국방비 증액, 우크라이나지원,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통적으로 EU가 3월에 여는 정례 정상회의에서는 경제 의제가 중점 논의되지만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것이란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국방·안보 현안이 주요 의제가 됐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건물 앞 국기 게양대에 걸린 EU 깃발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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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상들은 전날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30년 재무장을 위한 로드맵인 ‘대비태세 2030’ 국방백서에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계획에는 EU 예산을 담보로 1500억 유로(약 238조원)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을 지원하고, 각국이 부채 한도 초과에 따른 EU 제재 부담 없이 4년간 총 6500억 유로(약 1034조원)가량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 예외조항을 발동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다만 프랑스를 필두로 일부 회원국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국방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을 통한 EU 지원 등은 백서에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비카 실리냐 라트비아 총리는 집행위 구상에 대해 “단지 첫걸음일 뿐”이라며 “라트비아는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할 방법을 논의하는 것에 열린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우리는 공동채권 발행에 반대한다”고 거부 입장을 밝히며 국가간에 의견이 갈렸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현안을 두고도 입장차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는 재천명했으나 정작 결과물 도출에는 실패한 것. 우크라이나에 관한 논의 결과와 지지 입장을 표명하는 공동성명도 친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동참하지 않아 미완성인 ‘26개국 성명’으로 발표됐다. EU 27개국 중 26개국은 입장문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국 및 동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에 보다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의 역량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원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확인했다. 입장문은 러시아를 향해서는 “전쟁을 끝내려는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안 합의에도 실패했다. 앞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각국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올해 최대 400억 유로(약 63조 5000억원) 군사지원안을 지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총소득(GNI)에 비례해 기여하자는 방식에 부담이 큰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우선 50억 유로(약 8조원)를 조성해 우크라이나가 당장 필요한 탄약부터 제공하자고 다시 제안했으나 역시 합의에 실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유럽 종전특사’ 지명을 둘러싸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회의 시작 전 기자들에게 “협상팀과 유럽인들을 대변할 대표가 필요하다”며 유럽 종전특사 지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칼라스 고위대표가 “그럼 나는 여기 왜 있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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