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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예측 거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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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빈후드, 주식 앱서 베팅서비스

투자 패러다임 바꿀 마중물 될까

아시아경제

짜릿하기로는 ‘돈내기’만 한 게 있을까.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큰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때면 사무실에서 삼삼오오 경기 결과를 두고 ‘만원빵’ 내기를 한다.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런 베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업체가 있다. 미국의 금융 플랫폼업체 로빈후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칼시(Kalshi)라는 회사와 손잡고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예측 기반의 이벤트 거래’를 하겠다는 것이다. 스포츠베팅이든, 선거 결과든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다면 일반 선물 옵션 상품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다.

로빈후드는 금융상품의 대중화를 성공시킨 업체로 유명하다. 로빈후드 앱 사용자는 마치 게임을 하듯 주식을 거래한다. 주식을 사면 폰 화면에 폭죽이 터지고, 화면 속 스크래치 카드를 긁어 당첨되면 테슬라 주식을 주는 이벤트도 연다. 탁월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토스 등 국내 인터넷 뱅킹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칼시는 ‘탈중앙화 예측 이벤트 거래’를 서비스하는 업체로 ‘날씨’부터 ‘정치’까지 모든 것에 베팅할 수 있는 온라인 거래소다. 로빈후드는 칼시와 함께 내달 전미 대학 농구 우승팀이나 5월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맞추기 등 다양한 예측 거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시작할 예측 거래도 기존 앱을 통해 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이미 ‘간 보기’도 마쳤다. 지난달 초 로빈후드는 칼시와 제휴해 슈퍼볼 우승팀을 알아맞히는 이벤트를 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미국 상품거래 위원회(CFTC)의 제재로 하루 만에 배너를 내렸다. 위원회가 아직 해당 이벤트에 대한 위험관리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도 이벤트 철회 한 달 만에 로빈후드는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미국 정부가 최근 영입한 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슈퍼볼 이벤트 철회 일주일 뒤인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FTC의 차기 위원장으로 브라이언 퀸텐츠라는 인물을 임명했다. 당시 퀸텐츠는 칼시의 이사회 멤버였다. 또 지난 1월에는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칼시의 전략 고문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정부가 예측 이벤트 거래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로빈후드의 당찬 도전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로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사행성 조장’이라는 예측 가능한 답은 잠시 접고 돈의 흐름에 집중하자. 눈여겨볼 점은 세 가지다. 우선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로빈후드 앱 사용자 대상 설문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묻자, 응답자 중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두 번째, 혁신가들을 중심으로 금융상품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세 번째, 돈 냄새 맡은 월가의 늑대들이 몰린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로빈후드는 최근 수년째 가상화폐와 파생상품을 포함한 신흥 자산 클래스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로빈후드의 주가는 150% 상승했고, 예측 거래 서비스 출시 발표 전후로 한 주간 15% 급등했다.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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