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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방산·조선 축포에 한화 수주잔고 첫 100兆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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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 127조원 달해

한화오션 신규 포함 효과 등에 39조 늘어

연구개발비용도 증가…장기 성장 기대감

재계 순위 요동…그룹사 시총 ‘5위 다툼’

한화 본사 사옥. [한화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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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화그룹 전체의 수주잔고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 ‘유이하게’ 잘 나가는 방산·조선업종에서 펄펄 날아오른 덕이다. 이른바 ‘인수합병(M&A) 본능’으로 요약되는 한화의 공격적 투자와 업종 사이클·국제 정세가 맞아 떨어지며, 한화 계열사들은 밀려드는 주문서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주잔고는 기계약한 주문 중 아직 수행되지 않은 금액으로, 앞으로 기업이 매출로 인식할 수 있는 확정된 예약 매출이다. 수주잔고가 늘어난 것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단 뜻이며, 수주 이행 능력과 원가 관리만 보장된다면 장기적 성장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2024.12.20 [한화오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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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39조 늘어난 수주잔고 ‘두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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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화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전체 제조서비스업의 수주잔고는 약 126조7591억원이었다. 이는 전년(87조6572억원) 대비 39조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그룹의 연간 수주잔고가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방산·조선 부문 계열사의 수주잔고가 두둑해졌다. 무엇보다도 3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한화오션의 신규 포함 효과가 상당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시스템 IT 부문, 쎄트렉아이의 수주잔고도 늘어 IT 및 우주 사업의 확대도 예상된다. 유일하게 한화모멘텀(산업기계)의 수주잔고만 약 5000억원 줄었다.

그룹 전반적으로는 신규 투자 여력이 늘어 미래 성장 가능성도 커졌단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그룹 제조서비스업의 연구개발 비용(연결 기준)은 1조510억원으로 전년(9032억원)대비 증가했다. 제조·서비스업 사업부문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2023년 3%에서 2024년 3.4%로 늘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캔들라이트 만찬, 스타라이트 무도회 등에서 트럼프 정부 주요 각료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고 1월 22일 밝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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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시대, 방산·조선 ‘잭팟’ 이어져
한화그룹의 효자가 된 방산·조선 분야는 괄목할 만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조선 분야의 한미 협력을 강조하며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존 펠런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는 지난달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질의에 “(한국의) 한화는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 및 정비(MRO) 사업을 수주하며 한국 해양 방산 산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 지난해 7월 미 수상함 관련 함정 정비 협약(MSRA) 인증을 받고 한 달 뒤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의 MRO 사업을 처음 수주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도 연이어 수주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정재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주요 산업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원조 미국통’ 김승연 회장의 뒤를 잇는 모습이란 평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1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레그세스 국방장관(당시 후보자) 등 주요 인사를 만나 환담했다. 지난해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은 스티븐 쾰러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미국 해상수송사령부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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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한화오션은 지난 17일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총액은 2조3286억원 규모로, 이는 한화오션이 에버그린과 체결한 첫 계약이자 역대 최고가 수준이다. 또한 독일의 하파크-로이트로부터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K9, 천무의 폴란드 수출에 이어 지난해 7월 루마니아 국방부와 부쿠레슈티 현지에서 1조3828억원 규모의 자주포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진격의 한화’에 재계 지각변동…공정위 기업집단 순위 관심
한편 한화의 약진에 국내 재계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들어 전체 주식 시가총액이 재계 7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조선·방산을 주 사업군으로 둔 HD현대와의 그룹사 시가총액 ‘5위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오는 5월 발표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비상(飛上)하는 회사의 위상에도 내부에선 “들뜨지말고 이럴 때일수록 겸손하자”는 분위기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다른 재계 그룹들의 위기 의식이 커진 가운데, 마냥 축포를 터뜨릴 상황은 아니란 것이다. 무엇보다 조선·방산 외에 일부 계열사들은 장기 불황에 고전 중이다. 가령 한화그룹이 재계 10위권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화학 사업은 태양광과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올해 김승연 회장의 신년사처럼 잘 되는 사업에 안주하거나 치우치지 말고, 오히려 안 되는 사업은 다져나가야 한다는 인식”이라며 “오히려 그룹 내부적으로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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