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진라면. 오뚜기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농심에 이어 오뚜기도 라면값을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내수 침체로 실적이 악화한 주요 라면 업체들이 환율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자 라면값 인상에 나선 모양새다.
20일 오뚜기는 “총 27개의 라면 유형 중 16개 유형의 라면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라면(716원→790원, 이하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오동통면(800원→836원), 짜슐랭(976원→1056원) 등의 가격이 모두 오를 예정이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 역시 지난 17일부터 신라면(950원→1000원)을 포함한 라면·스낵 17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7.2% 올렸다.
두 회사 모두 환율 상승으로 수입원료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등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들고 있다.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부터 1400원대 중반으로 치솟은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월 환율 상승에 대해 “2024년 원화는 미 달러화 대비 약 12.5% 가치가 하락했다. 이 가운데 약 5.3%는 한국 내 정치적 혼란이 있었던 12월에 발생했다”고 짚었다.
원가 부담을 내세우고 있지만, 2년 전 정부의 압박으로 마지못해 값을 내렸던 업체들이 ‘정부 공백’을 틈타 라면값을 되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농심과 오뚜기는 2023년 6월 기획재정부가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뒤, 잇따라 라면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값을 올리면서, 대부분의 라면값은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가거나 그보다 오르게 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라면 회사들이 가격 인상을 ‘수익성 개선 카드’로 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면 업계 ‘빅 3’ 가운데 국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3% 뛰었지만, 내수 의존도가 큰 농심과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3.1%, 12.90% 감소했다.
실제로 농심은 이달 초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힌 뒤 실적 개선 기대로 주가가 30만원대에서 40만원대로 훌쩍 뛰는 효과를 봤다. 주영훈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연간 200억원 규모로 그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뚜기 역시 이날 라면값 인상 발표 뒤 주가가 전일 대비 3.54% 올랐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