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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호가 1억 내려" "비잠실 송파는 어쩌라고"... 토허제 확대 지정에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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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하던 잠실동, 호가 속속 내려
온라인 커뮤니티선 "방배 가계약 깰까"
비잠실·비한남동 주민 "규제 너무 광범위"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앞에 아파트 시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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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이 5,000만원에서 1억 원 안팎으로 호가를 내리고 있어요. 급한 매물은 어쨌든 처리는 해야 되니까."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소 앞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인한 규제 변경' 관련 안내문이 여러 개 붙었다. 이 중개소는 지난달 13일 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전날 재지정된 송파구 중에서도 인기 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매물을 취급하는 곳이다. 한 달여 만에 다시 규제 안에 들어오게 된 공인중개사는 "매수하려던 사람들도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으니 지켜보는 관망세"라며 "요근래 이 동네 부동산 시장은 마치 주식 시장처럼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허가구역을 확대 재지정하면서 대상지의 부동산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허가구역 해제로 치솟았던 호가가 하루 만에 1억 원 안팎 떨어지는가 하면, 규제 효력이 발효되는 24일 전에 계약을 서두르려는 매도인들도 생겨났다. 허가구역 인근 지역의 매수·매도인들도 본격적인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가계약 깰까요" "비잠실동은 어쩌라고" 볼멘소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최근 부동산 계약을 진행하던 당사자들이다. 허가구역 지정이 발표된 전날부터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계약을 계속 진행해야 하느냐'는 고민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방배역 인근 아파트를 가계약한 상태라는 한 게시자는 '최고가에 이번 주 본계약을 할 예정이었는데 실거주를 하지 않을 거라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파기할지 고민 중'이라고 썼다. 최근 잠실동 매물을 알아보던 금모(35)씨는 "가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어제 고민을 해보겠다고 번복하니 공인중개사로부터 전화가 여러 번 오더라"고 말했다.

수요가 몰리는 단지가 없는데도 이번에 새로 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도 난감한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 내 비잠실권, 용산구 내 비한남권 지역들이다. 특히 최근 주요 단지 매매가가 하락세였던 송파구 위례신도시의 주민들은 허가구역 지정으로 아우성이다. 실제 위례 장지동의 '송파더센트레' 전용면적 59.96㎡의 경우 지난해 8월 12억4,3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엔 약 1억 원 가까이 떨어진 11억5,000만 원에 손바뀜 됐다. 거주자 김모(58)씨는 "인근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로 집값과 전셋값이 흔들리고 있었다"며 "잠실만큼 고가는 아닌데 같은 규제로 묶인 게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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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구역 인근 다른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5년 전 허가구역에서 제외됐던 서초구 반포동의 집값이 급등한 것처럼, 허가구역 인근의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실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곧 대출 규제가 강화될 거라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강동구나 허가구역 외의 한강변 아파트에 아무래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허가구역 확대가 급격한 상승세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함께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거래가 막히면서 핵심지역의 임대차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임대차 비용 상승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허가구역 지정뿐만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비율 하향,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와 겹쳐지며 매입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러 임대료 상승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허가구역 확대뿐 아니라 금융권의 대출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이날 다주택자에게 서울지역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27일부터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선순위 말소·감액이나 다주택 보유자의 처분 등) 신규 취급도 막는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중 하나로 "다주택자, 갭투자와 관련한 가계대출을 금융권이 자율규제하라"고 주문한 직후 처음 나온 대출 조이기인데, 다른 은행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년간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되고 갭투자는 금지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강남 3구와 용산구 일대(110.65㎢)의 약 2,200단지, 40만여 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며, 필요에 따라 연장할 계획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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