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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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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농약 뿌리고 시설 점검하고… 드론 자격자 60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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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프로펠러, 모터, 변속기, 붐대 이상 무.”

이달 10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내 인천무인항공교육센터. 드론(drone·무인 항공기) 조종 연습을 하려는 이덕순(59)씨가 비행 전 점검 구호를 외쳤다. 주황색 안전모를 쓴 이 씨는 안전거리 15m를 유지하며 중량 26㎏의 드론을 약 20분간 조종했다. 이씨는 드론 1종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그는 “취미로 드론을 날리려고 3종만 땄다가 도시농업관리사로 일하면서 방제 작업을 할 때 드론이 도움이 된다고 해 1종 시험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드론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말 4만5847명이었던 드론 자격 취득자는 작년 말 62만4735명으로 4년 만에 13.6배 이상 급증했다.

경기도 화성의 드론자격센터에서 시험 비행 중인 드론./서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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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기체 종류에 따라 무인비행기, 무인헬리콥터, 무인멀티콥터, 무인비행선 등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드론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자 2021년 3월 1일부터 비사업 목적 활용도 자격증을 따도록 했고 무게에 따라 ▲25㎏ 초과~150㎏ 이하(1종) ▲7㎏ 초과~25㎏ 이하(2종) ▲2㎏ 초과~7㎏ 이하(3종) ▲250g 초과~2㎏ 이하(4종) 등 4개로 세분화했다. 4종은 한국교통공단 온라인교육 이수만으로 취득할 수 있다. 3종부터는 학과시험을 통과해야하고 3~20시간의 비행시간 경력도 요구된다. 1~2종은 비행과 구술시험을 포함한 실기시험도 치른다.

경기도 화성 드론자격센터에서 만난 김모(67)씨는 실기시험을 치르기 위해 강원도 영월에서 왔다고 했다. 영월에서 사설 드론 학원을 운영 중인 김씨는 “드론을 방제(병충해로부터 농작물을 구제) 목적으로 쓰려면 예전엔 등록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방제 경험이 있어야 하는 식으로 점점 진입장벽이 생기고 있어 (산업의 성장을) 체감한다”고 했다. 2023년 기준 농업이나 방제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업체는 1040곳에 달한다.

작년 9월쯤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도 파주의 한 공장. 부동산 매물의 인근 환경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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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 시료 운송하고 교량 점검·실종자 수색도

드론의 활용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정유사는 유류 샘플 운송에 드론을 활용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배가 접안하기 전에 검사를 해야 하역이 가능한데, 드론이 공해에 있는 배와 연구소 옥상을 오갈 수 있어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공장·창고·토지 전문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동기(47)씨는 “광각렌즈를 써도 전경을 담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드론을 활용하면 7m 정도 높이의 공장 전경을 담을 수 있다. 주변 길목이나 옥상 등 보여주기 힘든 곳을 보여줄 수 있어 부동산에서 요즘 많이 쓴다”고 말했다. 국가에 등록된 드론 수는 2020년 1만6159대에서 2023년 5만2387대로 3배 이상 늘었는데 이 중 56.9%(2만9800대)가 사업용 드론이다.

10일 인천 남동구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내 드론 교육장에서 수석 교관과 수강생이 연습 비행을 마친 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서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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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교량의 사각지대와 비탈면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점검하고 고속도로를 순찰할 때 드론을 활용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건설 중인 시설물의 공정과 안전 관리에 활용하면서 사내 드론 자격 보유인원도 2022년 218명에서 지난해 491명으로 느는 추세”라고 했다. 한국전력도 철탑과 철주 등 차량이나 인력 접근이 어려운 현장의 전력 설비 점검 등에 드론을 활용한다. 한전은 드론 79대를 보유 중이고 312명이 드론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군대, 경찰, 소방청도 드론을 활용한다. 육군은 전문특기병으로 드론운용·정비병을 모집하는데 작년 5월 13명 정원에 142명이 몰리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청은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실종자 수색, 화재 현장 모니터링 등에 드론을 쓴다. 산림청과 국토교통부는 소나무제선충 방제 작업과 지적도 제작에 드론을 이용한다.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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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용은 3~4종으로 충분… 중국산 보안은 우려

드론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에 거주하는 20대 신모씨는 “하늘에서 본 듯한 장면을 찍는 재미로 47만원짜리 드론을 쓰다가 점점 흥미가 커져 자동리턴(이륙지로 다시 돌아오는 것)과 사람과 자동차를 따라가는 기능이 있는 걸 123만원에 샀다”며 “정말 신세계”라고 했다. 2㎏ 이하의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4종 자격증은 보유자는 작년 말 기준 총 46만9637명으로 작년 한 해에만 8만5588명이 취득했다.

드론의 활용도가 늘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공분야에서 활용 중인 드론 5829대 중 외국산 드론은 62.6%(3650대)다. 이재용 한서대 무인항공기과(드론응용 전공) 교수는 “DJI 같은 글로벌 업체가 있는 중국은 이미 세계 드론 시장의 60~70%를 장악하고 있다. 국산 제품도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서 만드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드론업체에서 일하다 지방자치단체로 왔다는 한 공무원은 “DJI의 성능이 워낙 월등해서 두 배의 가격을 줘도 못 따라간다. 대체 가능한 국산 제품이 없다 보니 공공기관에서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는 보안상 이유로 중국 드론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드론이 해킹되면 위치·음성·시각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산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년 전 중국산 드론에서 보안 문제를 발견해 현재는 사용을 금지한 상태”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도 “국토부 지침에 따라 국산 드론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소방청은 “각 시도에 국산 사용을 강제할 순 없다”면서도 “높은 중국산 드론 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교수는 “부족한 자원을 집중해 개발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현황을 다룬 백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산업 방향을 제시하는 녹서(Green paper)가 시급한 때”라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드론 시장은 약 79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드론 산업 매출액은 1조993억원이었다.

10일 경기도 화성의 드론자격센터 내 비행장에서 연습을 마친 1종 방제용 드론. 500만원대의 드론으로 하부 용기에는 16L의 약제가 들어가고 노즐을 통해 방제 작업이 이뤄진다. /서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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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원 기자(11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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