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가 ‘5분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기술을 공개했죠. 전기차 충전이 주유만큼 빨라졌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는데요. 이거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만약 이게 사실이면 업계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갑자기 현실로 다가온 미래 기술 ‘5분 충전’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다음 달 출시하는 중형 전기 세단 ‘한L’. 5분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BYD 설명이다. 중국 내 판매 가격은 27만~35만 위안(5452만~7067만원). BYD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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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트가 왜 나와?
이런 초고속 충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3고-고전압, 고전류, 고전력-입니다. 잠시 물리학 얘기를 하자면 ‘전력=전압X전류’이죠. 그리고 출력 전력이 높을수록 충전 시간은 줄어듭니다. 즉, 전압 또는 전류를 높이면 그만큼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단 뜻인데요.
왕촨푸 BYD 회장이 17일 새로운 초고속 충전시스템을 소개하며 ‘1초 2㎞’라는 빠른 충전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BYD가 공개한 시험 영상에선 출시 예정인 ‘한L’ 신차를 5분간 충전했을 때 주행거리가 407㎞ 증가했다. BYD 영상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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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초급속 충전 시스템은 ‘전압 800V, 최대 전력 350㎾’이죠. 5분 충전으로 100㎞ 주행이 가능하고, 배터리를 10%→70%로 충전하는 데는 18분 걸립니다. 테슬라의 최신 V4 슈퍼차저는 ‘400~1000V, 최대 325㎾’를 지원하고요. 향후 최대 전력을 500㎾로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뭐? 1㎿? 모두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수치인데요. 놀라움과 함께 이런 말이 바로 튀어나오죠. 그게 가능해?
배터리 수명 괜찮습니까
전압을 높이고 전류를 강하게 투입하면 충전이 빨리 되는 거야 당연하죠. 그럼, 왜 이전까진 그걸 못했느냐.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②이렇게 전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저항이 생기고, 그럼 배터리가 과열됩니다.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뿐 아니라, 자칫 열폭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지죠.(수명과 안전성 문제)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아무리 많이 집어넣어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거나,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배탈이 나게 됩니다. 그러니 할 수가 없었던 거죠.
BYD가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한 신형 블레이드 배터리. BYD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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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BYD는 이걸 했다고 합니다. 당장 다음 달에 1000㎾ 충전이 가능한 신차 2개 모델을 출시한다며 사전 판매에 돌입했죠. 차량을 테스트해 본 결과 5분 충전에 실제로 407㎞ 주행거리가 나왔다며 영상도 공개했고요. 이런 BYD 발표를 믿는다면, 그게 의미하는 바는 이겁니다. 기존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기차 배터리가 등장했습니다.
전기차 대중화의 퍼즐이 맞춰진다
물론 전기차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충전 속도는 약간 과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충전했을 때도 그 정도 속도가 나오는지는 솔직히 두고 봐야 하죠.
또 ‘5분 충전’ 적용 모델은 아직 BYD가 중국에서 판매할 2개 모델(한L, 탕L)뿐이고요. 그나마 BYD가 앞으로 중국 전역에 설치할 충전소 4000곳에서만 이 정도 속도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중국의 전체 전기차 충전소는 320만 개에 달하죠.
BYD는 다음 달 출시하는 한L 모델에 ‘듀얼 건 충전’을 적용한다. 한꺼번에 충전기 2대로 충전할 수 있는 것. 일반 충전소에서 이 듀얼 건을 이용하면 충전 속도를 두배로 높일 수 있다. BYD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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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가 진짜 초고속 충전소를 4000개나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돈 때문은 아니고요(BYD는 이달 초 유상증자로 약 8조원을 조달했습니다). 기존 전력망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있어서입니다. 메가와트급으로 충전하는 전기차가 한꺼번에 몰리기라도 하면 도시 전력망이 과부하가 걸릴 판이죠. BYD가 초고속 충전소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려는 이유입니다.
게임체인저는 누가 될까
‘주행거리 염려증’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돼 왔는데요.
①완전 충전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주행거리 늘리기=배터리 성능 개선 & 차세대 배터리 개발(예-전고체 배터리)
②초고속 충전=더 빠른 급속 충전 기술 개발+충전망 확대
③배터리 교환 네트워크=배터리를 빠르게 갈아 끼우는 배터리 교환 시스템 확장
그동안엔 1번, 즉 더 한번 충전으로 멀리 가는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드는 데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가장 열을 올렸는데요. BYD ‘5분 충전’의 등장은 1번 못지않게 2번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그 둘이 병행해 나가겠지만, 더 빠른 초고속 충전을 위한 전기차 업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겠죠. 그동안은 현대차의 ‘18분 충전’이 가장 빠른 축에 속했는데, 이젠 10분도 아니고 5분 충전이 도달해야 할 목표점으로 설정되었으니까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운영하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니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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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번은 어떨까요. 배터리 교환은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대세는 아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져 왔습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3172개의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하고 시장을 개척했는데요. 이 교환소에 차량이 진입하면 운전자가 건드릴 필요 없이 자동으로 로봇팔이 나와서 3분 만에 배터리를 뚝딱 교체해주죠. 이용료(월 14만원)가 들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빠른 에너지 보충 방법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ATL 역시 배터리 교환 사업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CATL은 매우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납품하는 배터리 전문기업인데요. 만약 그 많은 CALT 배터리 규격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면, 즉 차종 상관없이 CATL 배터리는 모두 CATL의 배터리 교환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사업이 되겠죠. CATL은 100초 만에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교환소를 중국 전역에 3만개 깔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난 17일엔 이 두 기업이 손을 잡았습니다. CATL이 니오와 전략적 협업을 맺고 약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건데요. 이 파격적인 제휴 소식에 시장이 환호하면서 홍콩에 상장된 니오 주가가 한때 16% 상승했죠. 그런데 잠시 뒤, 같은 날 저녁 나온 BYD 초고속 충전 기술 발표가 김을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교환소에서 3분 이내에 배터리 갈아 끼우기 VS. 충전기에서 5분 만에 초고속 충전하기. 과연 전기차 운전자들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두 진영의 선두에 있는 중국 배터리 강자들(CATL과 BYD)의 싸움이 흥미진진한데요. 물론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 결과는 한참 더 두고 봐야 합니다. 판을 뒤집는 게임체인저로 올라서기 위한 이 치열한 다툼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과 2차전지 기업들이 선전하길 응원해봅니다. By.딥다이브
BYD의 신기술도 놀랍지만, BYD 발표 하나에 전 세계가 들썩이는 이 영향력도 놀랍습니다. 몇년 전과 비교하면 BYD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전기차 충전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을까요. BYD는 1초에 2㎞, 5분에 400㎞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고전압, 고전류, 고전력으로 이전엔 없던 메가와트 충전 시대를 열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소재 한계로 인해 충전속도를 끌어올리기 어려웠습니다. BYD는 전해액, 분리막, 전극 등 모든 배터리 소재를 개선해 5분 초고속 충전을 가능케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휘발유차 주유 시간과 전기차 충전 시간이 같아지면, 게임은 또 다른 차원이 되지 않을까요. 전기차 대중화로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선두에 서기 위한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배터리 기술 관련해선 김상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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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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