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정가에선 웃지 못할 이야기가 화제였다. 국회의원들 간에 ‘국회 목욕탕 TV채널 사수전’이 벌어진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목욕탕에 특정 채널만 매일 틀어놓고 있다”며 채널을 바꿔놨다고 하자,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틀어놓은 사람은 나다. 뒷담화하는 게 찌질하다”라고 공개 저격했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사석에서 만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정말 못 믿겠다. 말을 호떡 뒤집듯 한다”며 상대당을 향한 불신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 같은 불신이 입법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대표적이다. 여야는 반도체 업계 지원 방안에 대해선 잠정적으로 합의했지만, ‘주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도입’을 두고 맞서고 있다. ‘지원 방안부터 우선 처리하자는 야당 제안을 받을 생각은 없나’라는 물음에 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나중에 야당이 또 말을 바꾸면 어떻게 하나”라고 했다.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부터 상법 개정안 등 말 바꾸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여야가 약속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야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 국민의 국회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는 최근 3년 연속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으로 꼽혔다. ‘입법 수요 사각지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탓이다.
박숙현 기자(cosmo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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