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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유럽연합, 구글에 "과징금 부과" 예고… 트럼프 자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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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 디지털시장법 위반" 예비 결론
최종 결론 시 '전 세계 매출 10%' 과징금 폭탄
애플에도 경고... "생태계, 외부 개방하라"
'EU 규제=강탈' 트럼프, 보복 카드 꺼내나

스마트폰 화면에 구글(왼쪽부터),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표시돼 있고 뒤로 유럽연합(EU)기가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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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 대해 19일(현지시간)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빅테크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DMA)을 위반했다면서다. 지난해 3월 DMA 전면 시행 후 집행위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빅테크 기업을 압박할 경우 관세 등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관련 규제 집행을 강행한 것이다.

EU "구글 '자사 서비스 우대'는 DMA 위반"


집행위 발표와 영국 가디언, 미국 CN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집행위는 이날 '알파벳의 구글 검색 및 구글 플레이가 DMA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7개 플랫폼 사업자(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 부킹닷컴)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하고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EU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 검색은 항공권·호텔 예약 등에 관한 검색 시 구글 자체 서비스를 더 유리하게 노출하는 일명 '자사 서비스 우대'(Self-Preferencing) 정책을 취했다. 이는 '경쟁 서비스를 투명하고 공정하며 차별 없이 취급해야 한다'는 DMA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집행위 판단이다. 또 알파벳의 애플리케이션(앱) 구매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는 외부 앱 개발자들이 사용자들에게 더 저렴한 상품을 제안하거나 대체 결제 수단을 안내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집행위는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9일 홈페이지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게시했다. EU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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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은 반박했다. 구글의 유럽·중동·아프리카 경쟁 책임자인 올리버 베텔은 "검색 결과 표시 방식을 변경한다면 이용자들이 검색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유럽 기업의 트래픽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것(집행위 판단)은 간단히 말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벳은 EU에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집행위도 알파벳과 시정 조치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 결론은 예비 조사 결과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DMA 위반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구글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하고, 위반을 반복하면 벌금은 20%로 늘어난다.

애플에도 "폐쇄적 생태계, 외부 개방하라" 경고


집행위는 이날 애플을 상대로도 별도의 DMA 결정문을 채택했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워치, 헤드폰, TV 등과 호환될 수 있도록 상호운영성을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폐쇄적 애플 생태계를 외부에 개방하라'는 뜻이다. 집행위는 "상호운용성 개선을 통해 개발자들에게는 더 개방적인 환경이 제공되고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이 제공될 것이며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 출시가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에 대한 결정문은 DMA 준수를 위해 이행해야 하는 조치를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채택한 것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글 상대 결정문과는 다르다. 애플의 경우 당장 과징금을 부과 받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애플은 성명을 통해 "집행위 결정은 우리를 불필요한 규제에 얽매이게 만든다"며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기능을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경쟁사에 공짜로 넘겨주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탈 행위" 경고했던 트럼프, EU에 보복하나


EU의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디지털 서비스세, 과징금 및 규제 정책이 미국 기술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련의 조치를 "강탈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EU가 게이트 키퍼로 지정한 7개 기업 중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여행 관련 플랫폼인 부킹닷컴을 제외한 5개가 미국 기업이다.

가뜩이나 첨예한 EU와 미국 간 무역 갈등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DMA 등에 대한 조사를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미국에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 벌금, 관행 및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고, EU는 보복 조치로서 위스키에 대한 50% 관세 등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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