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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삼성이 HBM 납품한대서 주식 갈아탔는데…” ‘울컥’한 주주 앞 고개숙인 경영진[김민지의 칩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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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삼성전자 주총 현장 ‘이모저모’

삼성전자 위기론 질책한 1천명의 주주들

송곳 질문에 경영진 연신 사죄하며 ‘반성문’

삼성전자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주주와의 대화에서 한 주주가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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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의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수원)=김민지 기자] “저는 원래 경쟁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한다는 소식에 갖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구입했습니다. 그 이후 경쟁사 주식은 계속 오르고 삼성 주식은 쭉 빠졌는데요(울컥)…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납품을 위한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을 지금은 어느 정도 맞췄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주총장에 왔습니다.”(삼성전자 주주)

19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은 약 1000명의 주주들의 ‘성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실적 부진과 기술력 약화에 대한 우려 속 주주들 앞에 선 10명의 주요 경영진은 엄중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주주들의 질의에 성심성의껏 답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반도체 사업의 올해 실적 개선 방안에 대한 전략 공유도 있었습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오전에 있었던 삼성전자 주총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HBM 언제, 중국 업체 대응 전략은?”
주주들 송곳 질문에 경영진 ‘진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총 현장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약 1000명의 주주가 오프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마련된 좌석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에서 삼성전자를 향한 주주들의 관심과 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주들은 안건과 삼성전자의 사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의하며 경영진들에게 현 사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HBM의 엔비디아 공급 준비 현황과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에 대한 대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를 따라잡을 전략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2025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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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경영진들은 여러 차례 사죄하며 진땀을 흘렸습니다.

전영현 DS부문장은 먼저 올해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하며 “DS부문은 문제의 원인을 저희 스스로에게서 찾고, ‘도전’과 ‘몰입’의 반도체 조직문화를 재정비해 2025년을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가 부진의 많은 부분이 반도체 성과에 있는 것 같아 심려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부회장이 대중과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6월 호암상 시상식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때와 달리 상당히 얼굴이 상한 모습이었습니다.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SAIT 원장 등을 겸임하며 전체적인 사업 점검에 나선 기간 동안의 치열한 노고와 고민이 드러나보였습니다.

그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 초기 대응이 늦었고 이 때문에 주력 메모리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초기 시장은 놓쳤지만 조직개편과 기술개발 토대는 다 마련했고, 현재는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서 제품의 특성 및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저희(삼성) 12단 HBM3E 제품이 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이 작년 대비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의 HBM 납품 소식에 경쟁사에서 삼성전자로 주식을 갈아탔다며 질의 중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전 부회장은 “다시는 이와같은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도록 최선 다하겠다”며 “차세대 시장인 HBM4와 커스텀(맞춤형) HBM에서는 HBM3E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차질없이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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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TSMC 따라잡을 수 있나”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해 말) 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고객사들이 바라보는 저희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고,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고 입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 사업은 수주 기반 비즈니스이므로, 현재 수주한 건들이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데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지금부터 고객 수주 최적화 전략을 철저히 세우고, 공정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꼽았습니다. 그는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제품을 양산하는 건 삼성이 유일하기 때문에 선단공정 경쟁력이 그렇게 없는 건 아니다”라며 “수율을 빨리 올려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GAA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한 사장은 “2·3나노의 선단 노드와 그 이전의 성숙 노드는 시장 진입 전략이 다른데,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에서 의미있는 플레이어로서 가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본격적으로 협력할 예정이고,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면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빠르게 2~3년 안에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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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2나노 공정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1나노대 차세대 공정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개념 GAA 트랜지스터 기반으로 차세대 D램 및 첨단 패키징 기술과 연계헤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스템LSI사업부에 대해서는 모바일 AP ‘엑시노스’의 성능 부진 논란이 이어지며 ‘한집 식구’와 다름없는 갤럭시S시리즈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되지 않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이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사람의 완전체를 구성하듯이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며 “연산 기능 강화를 위해 CPU·GPU 등 핵심 요소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사람 눈보다 더 정확하게 촬영할 수 있는 1억·2억 화소 카메라 센서를 실현할 예정”이라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영역까지 촬영할 수 있는 멀티모달 이미지 센서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외이사 역할 중요…트렌드 제대로 읽어라”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됐습니다.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응원메시지 존에서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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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안건에 대해서도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지난 1년간 HBM 등에서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이 분야에서 테크 리더(기술 선도 기업)가 되지 못했다”며 “그렇기에 사외이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혁재 후보처럼 관련 분야 전문가를 모신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사외이사 멤버로 합류한 이혁재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및 AI 석학으로 꼽힙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제대로 읽는 것”이라며 “M&A도 3~4년째 고민하고 있는데, 여전히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미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신속하게 좋은 결정을 내려서 월드 베스트 테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주주 입장에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외이사들이 단순히 회사 방향에 동조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방향성 제시를 통해 삼성전자가 더 나은 회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제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전영현 대표이사도 공식 선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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