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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김관영 "전북이 與지자체들과 손잡고 올림픽, 이게 기적" [강찬호의 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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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전북 지사 - 2036년 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유치 비화



80.3%. 대한체육회가 지난달 28일 선발한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 전북 특별자치도의 득표율이다. 전북의 경쟁자인 서울은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데다 인구는 6배, 경제력은 20배나 전북을 앞서는 골리앗이었다. 그러나 “해보나 마나 한 게임”이란 관측은 투표함을 열자 뒤집혔다. 총 61표 중 전북이 49표로 서울(11표)을 압도한 것이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여야를 초월한 지방 연대 올림픽’ 프레임으로 이겼다는 거다. ‘전북의 기적’을 실현한 김관영 전북지사를 만났다.



80% 득표로 골리앗 서울 누르고 티켓 따내

‘분산개최 통한 지방연대’ 구상이 압승 배경

여당 단체장들의 흔쾌한 협조도 큰 도움 돼

최종 선정 가능성 작지 않아, 국민 지원 절실

“네 종목 빼고 죄다 넘긴 게 주효”

군산 출신으로 행정고시·사법고시에다 공인회계사 시험도 합격해 ‘고시 3관왕’ 별명을 가진 김관영 지사는 민주당·국민의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재선)을 지낸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에 당선됐다. 합리적 성품의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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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삽을 뜨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A : “지난해 10월 올림픽 유치를 선언하자 도의원들이 ‘서울과 상대가 되겠나. 그럴 예산 있으면 딴 데 쓰자’고 격하게 항의했어요. ‘도전하지 않으면 되는 게 없다’고 설득했죠.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는 데 15년 걸렸지만, 전북은 5개월 만에 해냈거든요. 지난해 10월 ‘세계한상대회’도 잘 치러냈고요. 자신감을 얻어 대회 종료 나흘 만에 올림픽 유치 참가를 선언했죠. 당초엔 서울과 공동 개최를 추진했지만, 서울 측이 ‘이미 단독 개최를 신청했다’고 해 단독 개최로 방향을 틀었죠.”

Q : 민주당 소속 호남 도지사가 대구 등 여당 단체장 지역과 연대해 올림픽을 치른다는 구상이 신선했습니다.

A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개최도시를 정하는 핵심 기준이 ‘연대와 화합’이예요. 여야를 초월해 영남·충청에 주요 종목을 넘겨주고 전주는 20여 개 종목을 치르는 게 제가 구상한 전북 올림픽의 골자이니 ‘연대와 화합’이 자연스레 충족되죠. ‘올림픽의 꽃’으로 전 경기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육상부터 2011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를 개최한 대구에 넘겨줍니다. 그다음 비중이 큰 수영(13.5%)과 효자 종목 양궁은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와 양궁 대회를 연 광주에 넘기고요. 테니스와 체조도 2027년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한 충청권(충남 홍성·충북 청주)에 각각 넘겨요. 복싱과 펜싱도 다른 지자체에 넘길 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그밖에 IOC가 개최 기준으로 내건 환경 친화와 경제성도 다 충족했어요.”

Q : 어떻게 충족했습니까.

A : “전북의 전 경기장 관중석을 ‘무진장’(무주·진안·장수)에서 베어낸 30년산 목재로 쓰고, 나무 벤 자리엔 식목할 방침입니다. 또 경기장과 선추촌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수소차의 메카인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생산된 수소 버스를 쓰기로 했어요. 총회에서 이렇게 얘기하니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국제 대회 경험이 있는 전국의 도시들에 분산해 올림픽을 치르니까 경제성 면에서도 탁월하죠. 대구와 광주는 육상경기장과 수영장이 완벽히 구비돼있고 선수들을 맞이하는 노하우도 축적돼있으니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잖아요.”

Q : 분산 개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A : “5년 전인 2020년 IOC가 ‘올림픽 개최지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2시간 거리 지역에 경기를 분산해 개최할 수 있다’는 정책을 내놨어요. 올림픽 치르는 도시들이 사후 막대한 적자로 고통받아온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죠. 이걸 보고 ‘전국 지방 도시 분산 개최’란 카드를 던진 거죠.”

여당 단체장들 “올림픽에 여야 어딨나”

김관영(오른쪽) 전라북도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은 이날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에서 서울을 38표 차로 꺾고 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되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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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분산 개최 구상에 대한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 반응은요.

A : “지난해 10월에 서울에서 전국 광역 지자체장 회의가 열렸는데 내 주위에 김태흠 충남 지사, 김영환 충북 지사, 김영록 전남 지사가 앉았어요. 나이도 정치 경력도 다 선배들이죠. ‘형님들, 우리 전북이 올림픽 유치 신청했는데 도와주세요. 원하는 경기 종목 드릴 테니 경기장 나눠씁시다’고 하니 다들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특히 김태흠·김영환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지역 발전에 여야가 어디 있나’며 흔쾌히 서명해주셨죠. (홍준표 대구시장은요?) 그분 처가댁이 전북 부안이에요. 저를 볼 때마다 ‘난 전북의 사위야. 내가 국회의원 시절 부안 예산은 세게 챙겨줬지’라고 자랑해요. 그분에게 ‘형님, 대구가 세계육상대회 잘 치렀는데 경기장 그대로 있을 거 아닙니까? 육상은 대구에 다 드릴 테니 도와주십시오’ 하니까 ‘난 늘 전북 지지해. 처가 동네인데 잘 돼야지’라면서 바로 서명을 해주시더군요. 다들 고마웠죠. 여야와 영호남 화합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보람을 느꼈습니다.”

Q : 결정권을 쥔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어떻게 설득했나요.

A : “올림픽 출전 38개 종목의 회장과 부회장이 대의원들이세요. 그들의 이력과 인맥을 망라해 ‘장부’를 만들었어요. 회장 38명 가운데 17명은 직접 만났고, 나머지 분들은 최소한 전화 3번씩 걸어 설득했죠. ‘확실한 지지’는 동그라미 2개. ‘지지’는 동그라미 1개, ‘저한테 올 시간 있으면 다른 분 만나세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분은 ‘세모’로 분류하고, 세모인 분들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제 주변 지인 가운데 그분과 관계있는 분들을 총동원해 그분을 만나게 한 뒤 면담 결과를 전달받고 추가 설득전을 벌였죠. 대의원 한명당 최대 15명까지 지인들을 동원해 설득을 이어갔죠. 나중엔 ‘전북 밀어줄 테니 제발 사람 그만 좀 보내라’는 대의원들이 급증했어요. ‘이렇게 간절하게 매달리는 지자체는 처음’이란 얘기가 돈다는 말도 들었죠. 대의원들을 만나면 열에 아홉은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라고 말하는데 어투나 표정을 보고 속내가 뭔지 알아내야 합니다. 보수적으로 생각했어요. ‘지금 이 얘기는 귀찮으니까 더는 오지 말라는 뜻’이라 판단되면 두 번 세 번 더 만나 매달렸죠. 나중에 그분이 ‘전국 분산 개최 구상이 마음에 든다. 전북 찍겠다’는 문자를 보내오더군요.”

Q : 2월 28일 총회 당일은 어떻게 뛰었나요.

A : “총회는 오후 2시에 열렸는데 아침부터 대의원들에게 ‘전북 찍어달라’는 전화를 돌렸죠. 그날 참석한 위원 65명 전원이 제 전화를 받았어요. 이어 총회 두시간 전에 행사장인 송파 올림픽파크텔에 도착해 미리 온 대의원들이 앉아있는 커피숍도 돌며 명함을 돌렸죠. 인근 올림픽 공원 회관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36개 종목 단체 사무실도 다 돌며 인사했어요. 직원들이 ‘여기서 수십 년 근무했는데 도지사가 와서 인사한 건 처음’이라고 좋아하더군요. 다들 ‘전북 애쓴 거 압니다’고 해요. ‘되겠구나’는 감이 왔어요. 총회에서 제가 직접 한복을 입고 나와 45분간 전북의 장점을 홍보하고 15분간 질의응답을 받았죠. 이걸 위해 한 달 전부터 피나는 연습을 했어요.”

Q : 어떻게요?

A : “직원들 앞에서 실전식 리허설을 15번이나 했어요. 초시계 틀어 놓고 슬라이드당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주어진 45분 안에 칼같이 끝내게 연습을 거듭했죠. 나중엔 내용이 다 외워져 눈 감고 할 정도가 되더군요. 지난 1월 6~7일 대한체육회가 전북지역 5개 경기장 현황을 실사했는데, 실사단 가는 곳마다 도민 수백명이 나와 꽃다발 안기고 꽹과리를 치면서 환영했죠. 실사단이 실사 마치고 상경하면서 ‘전북은 기대도 안 했는데, 준비가 잘돼있고 도민들 열정도 대단해 놀랐다’고 입을 모아요. 제가 실사단 앞에서도 전북 홍보 발표를 했는데, 실사단원들이 ‘총회 당일 발표 때는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보완해 설명하면 점수 딸 것’이라고 얘기해주더군요. ‘전북의 열정에 감복해 이런 조언을 해주는구나. 되겠구나’는 감을 느꼈습니다.”

“홍준표·김태흠 지지선언에 박수갈채”

김관영(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회견장에서 '전북 전주,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 기자회견을 열고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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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결국 80% 넘는 득표율로 티켓을 따냈습니다.

A : “총회 당일 아침 ‘확실히 전북으로 넘어왔다’고 판단한 대의원이 45~50명이었어요. 결국 49표가 나왔으니 맞아떨어진 거죠. 대한민국은 매년 888개의 전국 규모 스포츠 대회가 열립니다. 이중 서울·경기·인천에서 열리는 대회는 11.5% 뿐이고, 88.5%는 지방에서 열려요. 지방 자치단체들이 대회마다 수억 원씩 비용을 쓰면서 대한민국 체육을 받쳐주고 있는 거죠. 그러니 올림픽도 이젠 지방이 연대해 치를 때 아닌가요. 이런 주장이 체육인들의 인정을 받아 전북이 티켓을 따낸 것입니다. 총회 당일을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어요.”

Q : 어떤 순간인가요.

A : “총회장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전북 지지 선언 동영상을 잇달아 틀었는데 ‘이게 바로 영호남·지역 화합’이라며 박수가 쏟아지더군요. 얼마 전 국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에게 가장 자긍심을 준 사건’ 1위는 88 서울 올림픽, 2위는 2002 한일 월드컵으로 집계됐어요. 2036년 올림픽은 아시아권에서 개최될 공산이 커 전북이 내년 IOC 총회에서 개최지로 최종 선정될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탄핵 사태로 분열된 나라를 통합해 미래로 향해 뛰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절호의 기회인만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절실합니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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