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18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경전철 선로가 운행 중단으로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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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눈 세상이었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18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설이 쏟아졌다. 봄을 알리는 절기인 춘분을 코앞에 두고 곳곳에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광주는 ‘가장 늦은 대설특보’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웠다. 3월 중순에 추위와 폭설이 한꺼번에 찾아온 건 영하 40도의 찬 공기를 머금은 강한 소용돌이가 북극에서 내려오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이 한반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 강북구는 11.9㎝의 적설량을 기록했고, 경기 남양주와 이천, 의정부 등에는 10㎝가 넘는 눈이 쏟아졌다.
때아닌 큰 눈에 시민들은 당황했다. 지난주만 해도 얇은 점퍼와 재킷을 입어도 될 만큼 포근한 날씨가 급변한 탓이다. 잠시 가벼워진 옷차림이 다시 두꺼워졌다. 직장인들은 다시 장롱을 뒤져 패딩을 꺼내 입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했다. 예기치 못한 눈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의정부경전철은 열차를 감지하는 선로 신호기가 눈에 덮이면서 전 구간 열차 운행을 중단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남해고속도로 순천∼목포 방향 초암산터널 인근에서는 41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설악산, 지리산, 월악산, 소백산, 속리산 등 전국 주요 등산로의 출입도 대설주의보 발효에 따라 통제됐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도 심심치 않게 찾아오리란 전망이 기상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봄이 더 빨리 찾아오는데 한파의 영향은 줄지 않으니 ‘꽃샘폭설’과 같은 급격한 기온 변화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애매한 계절을 나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 말 흉노에 잡혀간 왕소군(王昭君)이 오랑캐 땅의 척박한 봄 풍경을 보며 남겼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날씨만 그런 게 아니다. 경기 침체로 민생은 숨넘어갈 지경이고, 세대와 성별로 갈라치기당하며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으로 인한 혼란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랑캐 땅에서 봄을 맞아야 했던 왕소군의 심경과 봄폭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봄은 도대체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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