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지원 위해 지난해 12월 구성
“왜 이탈할 수밖에 없었는지 물어야”
성산업 묵인·방조한 사회 책임 커
“개인 탓하기보단 목소리 들어줘야”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 활동가인 모래(오른쪽)씨와 다른씨가 1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성매매 청소년들의 현실 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 활동가 다른(활동명)은 여러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돌아갈 안전한 집이 없거나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들을 만났다. 일부는 지원 체계에서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원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다른은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들의 곁은 누가 지킬 수 있었을까, 지금의 지원은 이들을 위기로 다시 떠미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으로 무수한 날들을 보냈다.
‘부라자’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성산업에 종사했거나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하고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만들어졌다. 여성 속옷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미, 기존의 사회 규범과 불화하는 ‘불화자’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부라자’라는 이름을 지었다. 부라자 상근 활동가 다른과 모래(활동명)를 지난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사회는 성산업에 개입한 청소년을 ‘문란한 비행 청소년’ ‘성매매를 강요당한 불쌍한 청소년’ 등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청소년이 성산업에 진입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위기 청소년이 조건만남을 한 이유는 ‘갈 곳·잘 곳이 없어서’가 29%로 가장 많았다. 다른은 “성산업의 경계에 있는 청소년의 목소리는 정말 다양하다. 가족이나 노동, 주거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잘 곳, 먹을 것, 사회적 관계 등 삶에 필요한 자원들을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이탈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은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성매매한 청소년들은 가정폭력·빈곤 등의 이유로 원가정을 이탈한 경우가 많은데, 정책이 우선과제는 이들을 원가정과 학교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래는 “핵심은 이탈자를 어떻게 정상 사회로 복귀시키느냐가 아니라, 왜 이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어야 한다” 고 말했다.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의 마스코트인 ‘부리’. 브래지어 패드 두 개를 겹친 모습이다. 부라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소년의 성’을 언급조차 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는 성산업의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의 존재를 지워낸다. 다른은 “청소년이 성관계하는 것만으로도 비난하는 분위기라 본인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도 쉽지 않다”며 “이들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라자의 첫 목표는 성매매 청소년들에게 ‘곁’이 되어주는 것이다. 지금은 공개 채팅방을 열어 당사자들의 고민을 듣고 일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모래는 “집다운 집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모두와 외치고 싶다”며 말했다. “성매매한 청소년이라도 하루의 끝에는 곤히 잠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오늘 고생했다고 어깨를 도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