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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처럼 재정 파괴하고 세수 줄인 정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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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윤석열 정부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감세 일변도 조세 정책이었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감세를 추진했고, 그 결과 80조 원 이상의 재정 여력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 없이 '기금 돌려막기'로 급한 구멍을 메우는 모습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견제하기보다는 발을 맞춰왔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감세, 상속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등에 대한 합의가 국회에서 이뤄졌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근로소득세와 상속세 등에 대한 감세 담론을 띄우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일변도 조세 정책은 국가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차기 정부에서도 비슷한 기조의 조세 정책이 가능할까. 1998년부터 20년 넘게 나라 살림을 감시해 온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을 만나 이를 물었다.

정 소장은 감세 정책을 편 정부는 많이 봤지만, 세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정부는 처음이라며 다음 정부도 최소 2년 정도는 세수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고, 이를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마저 감세 약속을 남발하는데 대해 정 소장은 개별 의원은 몰라도 당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감세가 계속되면 국방·교육·복지·R&D 등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대표가 물가 인상을 명분으로 소득세 감세를 들고 나온 것이 우려스럽다며 실효세율을 고려하면 한국의 소득세는 국제 기준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증세를 위한 방안으로 넓은 세원 확보를 첫손에 꼽았다. 지난해 78조 원을 넘긴 조세지출(조세감면・비과세・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과세이연 등 방식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 줄여도 증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조세 포탈 적발 능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소장은 한국에는 세금이 정말 필요한 데 제대로 쓰이면 더 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명확한 정책계획과 용처를 함께 제시하면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권이 최소 5~10년 앞은 내다보고 조세정책을 펴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서울 마포 나라살림연구소에서 한 정 소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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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 이후 지난 3년 80조 원 이상의 감세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기조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법인세·종부세 감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등에 합의했고, 최근에도 상속세, 소득세 등과 관련해 감세를 말하고 있다. 먼저 이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린다.

정창수 : 한마디로 감세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포퓰리즘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이건 정말 잘못된 포퓰리즘이다. 국민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일부 계층에만 도움이 되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상속세 개편안만 해도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간다. 그러면서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지금 양극화가 심해져서 1인가구 중위소득이 월 220만 원 정도 된다. 최저임금에 거의 근접한다. 실제 중산층은 상속세 낼 일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한국에 정치 양극화가 심해져 '정책은 잘 모르겠고 우리가 이기면 된다'는 분위기도 팽배한 것 같다. 양당제가 무너져야 이런 경쟁이 달라지려나 싶다. 경험적으로 보면, 그래도 국회에 여러 당이 있을 때 정책 경쟁이 활발했다.

"재정건전성 내걸고 실제로는 파괴한 정권은 처음 봤다"

프레시안 : 양쪽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윤석열 정부의 지난 3년 조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창수 : 조세 분야를 30년 가까이 보고 있는데, 지난 정부들은 감세를 일부 하더라도 세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같이 했다. 가장 노력을 많이 한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였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만들어 증세를 했고, 박근혜 정부는 소득세 세율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대전환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정권을 넘길 때 세수를 20조 원 정도 늘려서 넘겨줬다.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정권을 넘겨줄 때,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 넘겨줄 때도 10조 원 이상 세수를 늘려서 넘겨줬다. 세수가 줄어도 1, 2조 원 수준이었다. IMF 외환위기 때도 세수가 3%밖에 안 줄었다. 그래서 증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보통은 세수가 충분한 속도로 늘지 않는 걸 걱정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마이너스 세수를 물려주게 생겼다. 2022년 세수가 395조 원이었는데 지난해 337조 원이 됐다. 60조 원 정도 줄었다. 재정건전성을 내걸고 실제로 해결하지 못한 정권은 봤지만, 재정건전성을 내걸고 완전히 반대 방향로 가면서 그걸 철저하게 파괴한 정권은 처음 봤다. 그래도 그동안의 정부들은 겉으로 감세를 이야기해도 속으로는 국가를 운영한다는 책임의식이 있었다.

프레시안 : 줄어든 세수 때문에 필요해진 돈을 메우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주택기금, 산재기금,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 기금을 끌어다 쓴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 간에 차이가 있나?

정창수 : 정부가 기금을 끌어다 쓴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여유자금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기금을 가져다 쓸 수는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금이 늘어난다는 전제가 있으면 그럴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에는 가용기금이 계속 늘어나는 데도 생산적인 곳에 쓰지 않고 쌓아놓기만 해서 문제였다.

지금은 다르다. 제일 걱정되는 게 외평기금이다. IMF 외환위기가 국가 빚이 많아서 생긴 일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10%도 안 됐다. 유동성이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도 외환을 보유하자고 해서 쌓아둔 게 외평기금이다. 이게 계속 늘어왔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65조 원(205조 1501억 원→140조 2894억 원) 정도 줄었다.

이에 대한 우려를 전하니, 기획재정부는 외평기금을 얼마 이상 쌓아둬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관료들조차 너무 무책임하고 정치화돼 있어 걱정이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 조세정책이 국가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창수 : 한국이 계속 경제성장을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 수립 이후 이 정도로 세수가 감소한 정부는 처음일 거다. 다음 정부가 최소 2년 정도는 세수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정부 지출을 당장 줄일 수는 없으니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면 또 왜 나라 빚을 늘리냐고 할 텐데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얼마 전 지금은 긴축정책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글을 썼다.

정창수 : 재정의 기능이 세 가지다. 첫째, 소득재분배다. 돈 많이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거둬서 돈 적게 바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거다. 둘째, 자원 재분배다. 시장 원리에 맡기면 안 되는 R&D나 교육, 국방에는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 셋째가 경기 조절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돈을 풀고, 활황일 때면 걷어야 한다. 지금은 경기가 안 좋은데 돈을 안 쓰고 있다. 쓸 돈도 없고.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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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감세? 국방·교육·복지·R&D 중 뭔가를 포기할 건가"

프레시안 : 민주당이라도 다른 방향의 조세정책을 이야기하면 좋을 텐데, 사실 윤석열 정부 기간 내내 감세 기조에는 발을 맞춰온 것 같다.

정창수 : 굉장히 위험하다. 얼마 전 '이미 민주당이 보수정당화됐다. 고소득층이 지지하는 정당이 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봤다.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서울 아파트 4분의 1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라고 하니 특히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은 지역구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도 당 차원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특히 소득세 감세를 들고나온 게 우려스럽다. 물가가 올랐으니 과표구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한국은 소득세율 자체가 국제 기준에 비해 낮다. 3대 국세 수입원인 법인세, 부가가치세 다 마찬가지다. OECD 국가 평균 조세부담률이 33% 정도 되는데,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17.7%까지 내려왔다. 이런 부분도 균형 있게 보면서 조세정책 계획을 짜야 한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에서 이미 세수가 많이 감소했다고 했다. 민주당도 감세 정책만 꺼내고 있다. 이미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다음 정부가 비슷한 기조의 조세정책을 펴는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정창수 : 어렵다고 본다. 전체 예산의 70~80%가 복지, 국방, R&D, 교육에 쓰인다. 감세를 계속하면 이 중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거다.

또 지금 서울 정도 빼면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감세를 안 해도 이 문제가 조세에 큰 타격을 줄 거다. 지방 세수의 40% 정도는 부동산 세금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재산세가 줄어든다. 거래가 안 되면 취득세가, 매매 시 차익이 없으면 양도소득세가 줄어든다.

그래도 집값은 떨어지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한다.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야 부동산에 묶인 돈이 풀리면서 더 생산적인 곳에 쓰일 수 있다. 다만 세수가 줄어드는 데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저출생 문제도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정창수 : 출산율이 낮아지면 세원 자체가 줄어든다. 노동인구가 있어야 세금도 걷을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조세 관점에서 보면, 저출생 정책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정창수 : 흔히 16년 간 280조 원 정도를 저출생 정책에 쏟아부었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부가 저출생 정책 꼬리표를 단 예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반 정도는 저출생 정책이 아닌데 꼬리표만 붙인 거다.

그리고 절대액이 적다. 출산율 반등에 그나마 성공했다는 프랑스는 샤를 드골 대통령이 집권하던 1970년대부터 해마다 저출생 정책에 GDP의 5%를 썼다. 지금 한국 GDP가 2500조 원 정도 되니까 125조 원 정도를 해마다 쏟아부은 셈이다. 돈만 쏟아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기본은 해야 한다.

물론 내용적으로도 왜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지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교육비 문제를 예로 들면, 대학 서열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소멸 문제의 핵심이 지방대학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는 보고서도 많다. 5년 전쯤 지방 국립대를 무상화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얼마가 들지 계산해 봤다. 연 3조 원이었다. 아이들 수가 줄어서 초중고에 들어가는 예산도 좀 남는다. 이런 걸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 국립대를 무상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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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책 펼 때 5~10년 앞이라도 내다봐 주길"

프레시안 : 국가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정치권은 증세 계획 없이 감세 약속만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증세가 원래 정치권에서 인기없는 주제이긴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조세정책 이야기에 과거와 다른 면이 있나.

정창수 : 양적으로 차이가 있다. 감세를 하겠다고 건드리는 세목이 너무 많고 다양하다. 법인세 낮춰주자고 하고, 소득세도 줄이자고 하고, 부가가치세까지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 세 가지 세금이 세수의 70% 정도 된다.

프레시안 : 통상 부가가치세를 빼고 한국의 법인세와 소득세율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정창수 :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법인세를 예로 들면, 독일의 법인세가 15%라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영업세 명목으로 기업에 15% 세금을 또 걷는다. 소득세도 각종 면세와 공제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OECD 평균에 7~8%포인트 정도 낮다.

이런 걸 모르고 한국의 세율이 높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알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나쁘다.

프레시안 : 사람들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창수 : 참여연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같은 곳에서 하는 조사를 보면, '세금이 정말 필요한 데 제대로 쓰여지면, 더 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본다. 명확한 정책 계획과 용처를 내면서 증세를 말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저부담·저복지 국가로 갈지, 고부담·고복지 국가로 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일도 필요하다. 중부담·중복지 국가로만 가려고 해도 OECD 평균 정도 세율은 맞춰야 한다.

프레시안 : 증세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창수 : 넓은 세원을 확보하기만 해도 증세 효과가 있다. 올해 정부 조세지출이 78조 원을 넘었다. 조세지출을 줄여야 한다. 게다가 지금 세금공제 중 제일 큰 게 인적 공제다. 고소득층이 애를 많이 낳지 않나. 그러다 보니 고소득층이 공제를 많이 받는다. 조세지출로 역진적 분배가 일어나고 있다.

국세청도 조세 포탈을 더 광범위하고 공평하게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세 포탈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용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지금은 국세청이 검찰처럼 특정한 데를 딱 찍어서 기획 세무조사를 많이 한다.

프레시안 : 그런 이야기가 정치권에서는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정창수 : 30~40년도 아니고 5~10년만 내다보고 조세정책을 펴면 좋겠다. 지금은 한 달, 6개월, 1년 이런 식으로 아주 짧은 기간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끝)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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