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에 "지도층, 책임감·공심 부족…내 발밑부터 잘 살펴야"
"겨울 이겨낸 매화처럼 봄 올 것…사찰서 위로받고 희망 얻어야"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
(구례=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매화는 저렇게 옹색한 곳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첫 봄꽃을 피워내죠. 우리 사회도 결국 꽃을 피우고 봄을 맞지 않겠어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가 예년보다 다소 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리산의 천년고찰 구례 화엄사에 300년 넘게 뿌리 내린 홍매화와 들매화도 꽃망울을 틔웠다.
산사의 아름다운 봄을 대중들과 공유하고자 시작된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5주년을 맞아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17일 "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차갑고 어려운 시기지만 꽃을 통해 희망을 얻고 위로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 매년 3월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를 열게 된 취지는.
지난해 3월 말 화엄사에 홍매화가 만개한 모습 |
-- 2017년 주지 취임 후 산문 야간 개방, 비건 버거와 굿즈 출시 등 파격적인 대중 행보를 보였는데.
▲ 산사의 여름밤, 눈 오는 겨울 새벽이 너무 좋은데 왜 나만 누리고 사나 싶은 생각이 컸다. 스님은 관리자일 뿐, 사찰에 오는 모든 분이 주인이다. 동국대 이사로 활동하고 필리핀 어린이 구호단체를 운영하면서 난치병을 겪는 어린이를 많이 봤다. 건강과 생명 존중을 위해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서 비건을 추구하고 우리 농산물이나 전통 상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각 사찰의 특색 있는 상품을 만들어 젊은이들과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작은 업체가 우리 농수산물로 상품을 만들어 수익금의 일부를 화엄사에 기부하면 지역과 아픈 어린이를 돕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
-- 화엄사는 음악제, 요가 축제, 모기장 영화음악회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사찰이 대중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우리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고 길잡이 역할을 해야지,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면 안 된다. 우리가 전통을 고집하기보다는 전통을 잘 지키되 세상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더 다가갔을 때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겠나 싶다. 국민에게 좀 더 신뢰받고 친해지고 싶고 국민이 언제든 찾아와 한 박자 쉬어가고 자기를 돌아보며 정돈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
--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국민이 불안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 위로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 괴로움과 번뇌를 줄이고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 저는 밤에 눈을 감으면서 죽고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하루를 마치면서 내가 하루 동안 무엇을 했고 이건 너무 과했구나, 내가 너무 들떴구나 마음 되감기를 해본다. 생각을 정돈하면 오늘보다 내일이 훨씬 낫고 시간이 축적되면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남을 미워하거나 타박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음 생에 가게 되면 불편하지 않게 태어날 것 같다. 그렇게 정돈하면서 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게 되고 훨씬 밝고 넓게 살아갈 수 있어 추천해본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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