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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담장위 철조망이 보여주는 ‘두쪽난 한국’… 철조망은 철거될 수 있을까 [매경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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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선고 앞둔 헌재 앞 풍경은
두쪽난 대한민국의 축소판
헌재 선고 이후에 나라 미래 달려
승복·통합의 약속 없다면
철조망에 갇힌 사회로 전락


지난 12일 헌법재판소 담장 위에 설치된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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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됐다. 헌재 정문 앞에 경찰 차벽과 바리케이드가 빼곡히 들어섰고, 일반인의 접근도 엄격하게 차단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찰은 선고 당일 13만 경찰 전원을 대기시키는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전담경호대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헌재 앞에서 탄핵 찬반 양측의 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즉시 파면” 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두쪽난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셈이다.

헌재 앞 모습을 보면 이제 ‘헌재의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동시에 ‘헌재 선고 이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미 대한민국은 심리적 내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선고결과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속도로 쌓인 사회적 갈등과 분노가 폭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이 한 번 있었다. 2017년 3월 10일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날 헌재 앞은 카오스였다. 흥분한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늘 헌법재판소가 죽든 우리가 죽든 돌격”이라는 구호와 함께 헌재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소화기를 뿌리거나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총 4명이 목숨을 잃었고 경찰에서도 3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관계없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은 전편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속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비상사태급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는 이유다.

몇 가지 수치를 비교해보자.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직전인 2017년 3월 첫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탄핵 찬성 81%, 탄핵 반대 14%였다.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8년 뒤인 2025년 3월 윤 대통령 탄핵 관련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응답자 58%가 탄핵 찬성, 37%는 탄핵 반대였다. 양측이 보다 팽팽해진 것이다. 팽팽해지면 싸움은 더 거칠어지는 법.

헌재에 대한 신뢰도 추락도 불안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전국지표조사(NBS)의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1위는 헌재(67%)였다. 하지만 3월 조사에서 헌재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52%로 하락했다. 헌재의 신뢰도 하락은 헌재 결정의 권위에 흠집을 낼 수 있다.

나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결론이 인용이든, 기각이나 각하든 환호 또는 절망의 탄식이 동시에 터져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두쪽으로 갈라진 나라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결국 통합과 승복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통합이나 승복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있다. 구속취소로 서울구치소에서 나올 때도 불끈 주먹을 쥐어 보이며 지지자들에게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계엄이란 카드까지 생각했다고 했다. 국가 대통합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승복 메시지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야당도 ‘헌재 이후’에는 변해야 한다. 무차별 탄핵열차에서 내려와 관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도 노무현의 죽음, 박근혜의 파면, 문재인의 적폐청산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에 켜켜이 쌓인 혐오와 갈등을 이번에 털어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헌재 담장 위 철조망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 철거될 수 있을까. ‘헌재 선고 이후’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매일경제

손일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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