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동맹 균열 속 안보 독립 난항
英·佛 핵우산, 러 대비 10%도 안돼
안보독립, 재정·복지에 새로운 과제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의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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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복지 천국이라 불리던 유럽이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에서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부채한도를 상향시키면서 방위비 증액을 사실상 강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럽은 이제 '안보 홀로서기'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럽 안보는 미국 의존도가 높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전체 방위예산 및 전력 비용을 따졌을 때, 지난해 유럽방위에 미국이 쓴 돈은 1조달러(약 1454조원)였고, 나머지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이 지불한 비용은 3000억달러(약 436조원)에 불과했다. 미국이 나토에서 갑자기 탈퇴하게 되면 유럽 안보는 큰 구멍이 뚫리게 되는 상황이다.
유럽국가들은 대서양 동맹체제를 가벼이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지만, 실제로는 미국만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2006년 유럽국가들로부터 방위비 인상을 약조 받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미국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국가들에 방위비를 최소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는 책정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다수 유럽국가는 이 요청을 거의 20년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야 정비 한번 하지 않고 창고에 방치해뒀던 고장 난 유럽의 탱크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나토 탈퇴 위협은 앞으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한번은 보내야 할 영수증이었던 셈이다.
유럽에선 이제서야 자강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난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이 제공하던 핵우산, 첨단무기 등을 일단 제외해도 물자보급, 항공, 인공위성 정보자산 등 눈에 보이지 않던 원조들까지 합치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난항을 겪고 있는 유럽의 안보 독립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 중인 모든 나라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군사동맹도 결국 상대국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며, 자국의 안보는 결국 자기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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