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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집값 폭등이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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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풀면서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부동산 폭등 시기였던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이 치솟았다. 집값 상승은 강남 3구뿐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이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내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가 바라보는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시각은 어떨까. 정부 안에서는 일부 지역에 국한돼 나타나는 집값 상승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 능력 범위 안에서 크게 빚을 내지 않고 집을 사는 것이 왜 문제냐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다만 돈이 없는데도 과도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크게 우려한다. 개인들이 능력에 비해 과도한 빚을 내는 일이나, 은행이 대출자의 능력보다 과도하게 돈을 빌려주는 행태는 경계한다. 물론 일부 정치인이나 정부 부처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띄워 침체된 경제를 살려보고자 하는 인식도 있지만 크게 공감받지는 못한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돈이 쏠리면 산업이나 자본시장으로 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경제양극화와 빈곤의 대물림, 청년층의 좌절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더 걱정하는 것은 집값 상승이 불러올 가계부채 증가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90%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때 100%를 넘었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조금씩 줄어가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의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 비율을 다시 끌어올릴까 우려하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으면 소비부진과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통화정책의 어려움 등 여러 부작용이 따라온다. 부채가 많은 가구는 이자를 갚느라 소비에 쓸 돈이 부족하다. 작년 국내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2% 줄어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소비부진은 경제성장을 제약한다. 또한 경제위기 같은 대내외 경제충격이 발생할 시 과다 채무를 보유한 가계의 채무 불이행이 늘고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늘면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질 위험도 있다.

다만 토허제 해제로 인한 서울의 집값 상승이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이 많고, 경기도 더 나쁘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제도적 안전장치도 있다. 금융당국은 강남권과 마용성 등 집값이 뛴 일부 지역의 가계대출 추이를 세분화해 들여다보는 중이다. 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바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충분한 고민 없는 규제 완화로 시장 불안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는 서울시도 최근 현장점검반을 투입해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섰다. 그럼에도 "더 늦기 전에 무리하게 빚을 내서 부동산 상승 열차에 올라타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시장에 퍼지지 않도록 정부가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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