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보다 낭만 달리기 매력
여행하듯 달리니 뜻깊은 여운 더해져
지난 8일(현지 시각) 이혜영(58) 씨를 비롯한 많은 한국인이 사이판에 모였다. ‘사이판 마라톤 2025’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사이판 마라톤 2025/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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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사이판 마라톤은 세계육상연맹(WA)과 국제 마라톤 및 장거리 경주 협회(AIMS)의 인증을 받은 대회다. 618명의 참가자 중 한국인만 210명. 무엇이 한국 러너들을 사이판으로 이끌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마라톤 현장으로 향했다.
이날 마리아나관광청 스포츠(마라톤) 홍보대사 유이도 참가했다. /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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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에 출전한 유이와 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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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도착한 출발 지점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일대는 다양한 참가자들로 붐볐다. 평범한 운동복 차림의 러너부터 공룡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 반려견과 함께 온 커플, 학교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들뜬 얼굴로 출발선 앞에 섰다. 삼삼오오 모여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사이로 가수 션과 유이 등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10㎞ 코스 출발의 순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오전 6시. 힘찬 환호성과 함께 10㎞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풀코스는 새벽 4시, 하프코스는 5시에 먼저 출발한 뒤였다. 이처럼 사이판 마라톤은 깜깜한 새벽에 출발해 어둠 속을 달리다가 일출을 맞이한다. 이날 풀코스 여자 연령별 부문 1위에 오른 김수빈(32) 씨는 “해가 뜨기 전 별을 보며 달린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이판 마라톤 전경/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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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야자수를 보며 달릴 수 있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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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오전 6시 15분에 출발한 5㎞ 참가자들 사이에서 사이판 일대를 달렸다. 동시에 출발한 153명의 사람이 저마다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자 차차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하늘과 야자수, 한적한 도로와 푸른 숲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사이판 마라톤은 해안선을 따라 울창한 숲과 태평양을 바라보며 달리는 코스로 구성해 열대 섬의 청정 자연을 느끼며 뛸 수 있다.
사이판 마라톤 전경/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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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라톤인 만큼 무리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리니 ‘멈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 32분 28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손을 잡고 들어오는 하프코스 참가자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두 참가자가 손을 잡고 함께 들어옵니다!”
그러는 동안 진행자가 쉬지 않고 “빨간 옷 입은 참가자! 손 머리 위로 번쩍 들며 통과!”, “765번! 웃으면서 입장!”이라며 한명 한명을 조명했다. 덕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며 결승선 테이프를 통과하고 나면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곧바로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사이판 마라톤 2025 완주 메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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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적힌 사이판 마라톤 2025 인증서/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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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인원수’를 사이판 마라톤의 장점으로 꼽았다. 급수도 효율적이고 도로 통제도 원활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해외 마라톤에 도전한 주의숙(48) 씨는 “국내와 달리 병목 현상이 없어서 쾌적했다”며 “첫 해외 마라톤으로 뛰기에 좋은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자 연령별 부문 1위를 기록한 이혜영(58) 씨/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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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연령별 부문 1위를 기록한 이혜영(58) 씨는 “국내 마라톤은 사람이 많아서 경치를 보기가 어려운데 사이판은 참가자가 적어 원경을 보며 뛰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비치에서 열린 페스티벌/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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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마라톤 시상식/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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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부터는 마이크로 비치 앞에서 공연과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날 많은 한국인 참가자가 부문별 순위권에 들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김윤진(32) 씨는 풀코스 여자 전체 2위라는 쾌거를 기록했다. 김 씨는 “상금으로 2000달러(약 290만 원)을 받았다”며 “여러분 마라톤하세요”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풀코스 전체 여자 2위를 기록한 김윤진(32)씨/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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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마라톤 이후 두 번째로 해외 마라톤에 출전했다는 김 씨는 “여행지에 와서 달리면 설렘과 긴장이 섞여 여운이 더 깊게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여행 자체가 기억에 남는 경험인데 마라톤이 더 해져 그 기억이 더 특별해진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최근 국내에서 여행과 달리기를 결합한 런트립(Run+Trip)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여행사에서도 앞 다투어 기획 상품을 내놓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사이판 마라톤 기간에 맞춰 호텔과 리조트에서 참가자들이 러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했다.
7일 사이판 켄싱턴호텔에서 ‘런&펀(RUN&FUN)’ 패키지 고객 대상으로 운영한 컨디셔닝 클래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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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를 마친 참가자들이 마라톤 참여 계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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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이랜드파크에서 운영하는 켄싱턴호텔 사이판은 ‘런&펀(RUN&FUN)’ 패키지 상품을 통해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마라톤 전날 국내 러닝 전문 코치를 초빙해 ‘컨디셔닝 클래스’를 특별 운영했다. 패키지 이용객들은 아침 6시 호텔 전용 해변에 모여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달리며 근육의 긴장을 풀었다.
러닝 전문 코치로 활약한 박민규 큐짐(Qgym) 대표에게 해외에서 뛰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언어와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 러닝 하나로 깊게 연결될 수 있다”고 답했다.
마라톤을 뛰며 만난 참가자와 주민들. 서로를 북돋아 주고 있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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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사이판 마라톤을 달리며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집 앞에 나와 선수들을 응원하는 주민, 서로를 향해 “킵 고잉!(Keep Going)” “히어 유 고!(Here you go!)”를 외치는 러너들, 결승선에서 이름 모를 완주자를 환하게 맞아주는 사람들까지. 문화는 달라도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이판 = 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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