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대출' 메리츠 "자금 회수 문제없다" 발표후 추가 입장에 신중
담보 매장 처분, 도미노 피해로 쉽지 않아…MBK측 사재출연 등 특단대책 기다리는듯
메리츠타워 봉래동신사옥 |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준 메리츠금융그룹이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메리츠는 담보권 실행을 통해 온전히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플러스 임직원과 협력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담보권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낸 뒤 추가 입장 발표에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약 1조2천억원으로 금융회사 중 홈플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가장 크다.
이 같은 평가에 메리츠는 섣불리 나서기보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자구안을 기다리며 향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담보권 실행, 즉 홈플러스 매장 처분은 2만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의 거취 불안과 협력업체·입점업체의 도미노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국회가 오는 1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현안 질의를 진행하고, 금융당국 역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상황을 무시하고 담보권 실행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홈플러스 회생할까 |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데도 메리츠의 협조가 필요하다. 홈플러스 금융부채 2조원 중 상당 부분이 메리츠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인 6월 3일 전까지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메리츠가 대출 상환 유예, 금리 경감 등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메리츠가 담보권 실행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이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협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임직원과 협력업체, 입점업체의 우려를 덜기 위해서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기업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구 노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봐도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시장이 납득할만한 자구 노력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실정이라 메리츠가 선제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출연 등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요구에 준하는 특단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회생계획안 마련을 위한 메리츠와의 협의도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올해 실적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리츠는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이자수익이 약 1천억원 줄어들 수 있다"며 "향후 홈플러스에 대한 대출이 요주의 이하로 분류되면 법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해 이에 따른 비용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리츠가 작년 순이익이 약 2조3천억원인데, 1천억원이면 순이익의 약 4~5% 정도"라며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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