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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곧 ‘50살’ 보이저 탐사선, 전력 아끼려 장비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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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간 우주에 진입하는 보이저 1호의 상상도.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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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발사된, 그래서 후년이면 ‘50살’이 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의 장비가 하나씩 꺼져간다. 나사는 기기 작동을 중지하지 않으면 “몇 달 안에 임무를 종료해야 할 상황”이라고 최근 밝혔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현역 우주선인 쌍둥이 우주탐사선 보이저 1·2호는 현재 지구에서 각각 249억㎞, 203억㎞ 떨어져 있다. 태양에서부터 명왕성까지 평균 거리인 59억㎞의 4배 거리를 나아간 것이다. 현재 임무는 태양 영향권 밖에서 발견되는 성간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다.

하나 이들 탐사선은 앞으로 탑재 장비를 하나씩 끈 채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진들은 지난달 25일 보이저 1호에 ‘우주방사선 하위시스템’의 전원을 끄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달 24일엔 보이저 2호의 ‘저에너지 하전 입자 계측기’ 전원도 내릴 예정이다. 이런 조치는 모두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으로, 조치가 이뤄지면 보이저 탐사선의 관측 장비 11개 중 3개씩만 작동하게 된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보이저 프로젝트 담당 관리자인 수잔 도드는 “보이저호는 발사 이후 심우주 탐사선의 역할을 해왔으며 가능한 한 오래 그 역할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그러나 전력이 부족해 당장 계측기를 끄지 않으면 몇 달 안에 임무 종료를 선언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나사는 두 탐사선에 탑재된 장비를 2030년대까지 작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다른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보이저호의 임무는 언제든 종료될 수 있다.

보이저 1·2호기는 매우 상징적인 우주탐사선이다. 처음이자 아직까지 유일하게 천왕성과 해왕성을 직접 관찰한 우주선이고, 유명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사진도 보이저 1호가 명왕성 부근에서 카메라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방향을 반대로 돌려 찍은 지구 사진이다. 세이건은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단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우주 사진으로 꼽히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1990년 2월14일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0억㎞ 떨어진 먼 우주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에서 지구는 보이저 1호의 관측장비에 햇빛이 산란돼 형성된 밝은색 띠 안의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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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 지구에서 발사된 보이저 탐사선은 175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독특한 행성 정렬를 이용하기 위해 발사됐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중력를 이용해 가속하는 ‘스윙바이’ 항법을 써, 자체 추진력을 이용하면 30년 이상 걸리는 해왕성까지의 거리를 11년10개월 만에 도달했다. 보이저호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 추진한다. 애초 태양과 멀어지는 것이 임무여서, 태양열에 의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발사 당시 생산 전력은 470와트(W)가량이었지만, 매년 저전력 전구 수준인 4W씩 출력이 저하되고 있다.

조만간 50살을 맞는 보이저 1·2호는 탑재된 관측 장비를 하나씩 꺼 나가고 있다. 자외선 분광기, 적외선 전파계, 영상 과학 서브시스템 등의 전원을 꺼둔 상태다. 2023년엔 통신 장비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2022년엔 탐사선의 자세 제어 시스템이 고장나기도 했다. 300년 후 태양계의 외부 경계인 ‘오르트 구름’(태양계를 둘러싼 수억 개의 작은 천체)에 도달한다. 오르트 구름을 완전히 벗어나는 시기는 2만 년 뒤가 될 전망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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