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관절염으로만 알았던 ‘류머티스’, 장기-혈관까지 침범 가능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류머티스 질환 ‘오해와 진실’

혈관염-베체트병-전신경화증 등… 관절염 외 150개 넘는 질환 포함

머리에서 발끝까지 퍼질 수 있어

심하면 장애 유발하거나 사망도

류머티스 질환은 류머티스 관절염처럼 관절에만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신 질환 등을 포함해 150개가 넘는 관련 질환이 존재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일교차가 크다.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체온을 조절하느라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쉽게 깨지고 야외 활동이 적어 비타민D 합성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면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관절 류머티즘(류머티스 관절염) 등 면역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류머티스 질환은 흔히 관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사실 관절 질환 이외에 다른 전신 염증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류머티스 질환에 대한 오해를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과 같은 학회 홍승재 보험이사(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Q 류머티스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가.

동아일보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왼쪽)과 홍승재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경희대병원 제공


“아니다. 류머티스 질환 중 류머티스 관절염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어 관절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류머티스 질환은 150개가 넘는 많은 질환들을 포함한다. 염증이 주로 근골격계를 침범하나 전신의 다른 장기에도 침범할 수 있다. 대부분 면역계통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강직척추염, 통풍 등이 대표적인 류머티스 질환으로 알려져 있고 상대적으로 생소한 전신홍반 루푸스, 혈관염, 베체트병, 전신경화증 등도 모두 류머티스 질환에 속한다.”

Q 혈액검사에서 류머티스 인자가 양성이면 류머티스 질환인가.

“아니다. 류머티스 질환을 진단할 때 혈액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류머티스 인자는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진단에 널리 사용되는 검사 항목이다. 하지만 류머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류머티스 질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가 류머티스 질환으로 진단될 뿐이다. 류머티스 인자는 면역 글로불린의 일종으로 몸이 자신의 조직을 공격할 때 만들어지는 항체다. 즉, 류머티스 인자가 높게 나왔다는 것은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류머티스 질환 이외에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있거나 감염, 노화 등에 따라서도 류머티스 인자가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류머티스 인자는 류머티스 질환 진단의 보조적인 수단일 뿐 단독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 따라서 류머티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류머티스 전문가에 의한 다양한 검사 결과와 임상 증상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Q 류머티스 질환이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아니다. 류머티스 질환은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하면 신체 장애가 생기거나 숨질 수 있다. 특히 전신홍반 루푸스와 같은 류머티스 질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모든 기관, 장기를 침범할 수 있어서 가볍게는 피부의 발진이나 관절염 등으로 나타나지만 뇌, 심장, 폐, 콩팥, 혈액 등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증상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조기에 진단을 받아야 한다.”

Q 류머티스 질환 중 하나인 통풍은 음주와는 큰 관련이 없나.

“아니다. 술은 몸을 산성화시키고 요산 침착이 잘되게 해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소변을 많이 배출하는 이뇨 작용이 생기고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술을 많이 마시면 통풍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술이 통풍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돼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논문이 발표돼도 보다 정밀한 확인과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 발표만으로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다만 술도 종류가 많고 성분 및 도수 등에 따라 통풍과 관련된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세심하게 분석해야 한다. 현재 와인은 통풍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통풍 환자가 술을 마셔야 한다면 와인 한 잔 정도는 질환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음과 폭음은 피해야 한다.”

Q 류머티스 질환은 유전되는가.

“아니다. 류머티스 질환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유전적인 소인이 있어도 반드시 류머티스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유전적인 요인이 없어도 류머티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통풍에 대한 유전자 가계도 조사가 많이 진행됐고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통풍이 잘 걸린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 논문 역시 좀 더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 류머티스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경각심을 갖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류머티스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