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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스마트폰에는 추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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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귈 때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혈연이나 학연·지연으로 엮여 있고 명절 때 얼굴 보고 잔소리도 듣곤 하는 ‘끈끈한’ 연대가 아니라, 공통 관심사나 취미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가벼운’ 관계를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일부는 이런 느슨한 관계를 맺으려고 비용까지도 지불한다. 예컨대 동호회 모임에 기꺼이 회비를 내고,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이나 감정 코칭을 받으며, 반려동물을 분양받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수백 명이지만 정작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찾기 어려운 시대여서인지, 타인 또는 어떤 생명과의 교감을 위해 어렵게 번 돈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통과 공감이라는 것이 이런 유료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 삶이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훨씬 풍족해졌는데도 마음의 빈곤은 더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 아닐까.

관계를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무언가는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한 인터뷰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서도 외롭지 않은 이는 소중한 누군가와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돈이 없어도 마음이 부유한 사람은, 그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때때로 꺼내 볼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문득 최근 누군가와 함께 가슴 뛰는 추억을 만든 적이 있는지, 힘들 때마다 불현듯 떠올라 미소 짓게 만드는 기억이나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되묻게 된다. 나 스스로 요즘 트렌드라는 느슨한 연대에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우리는 지금 실체 없는 가상 공간 속에서 가는 실처럼 연결되어 살아간다. 손가락 하나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온종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선 추억을 쌓을 수 없다. 그 많은 소통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면? 가끔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우리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사람들을 만나 잊지 못할 ‘진짜 추억’을 만들어보자.

[진담·‘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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