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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 전쟁’ 포문 연 트럼프, 한국도 다음 타깃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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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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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산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예고됐던 미국발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불법 이민자 유입과 마약 유통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는 나라를 겨냥해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미 무역 흑자 1위인 중국 등에 이어 8위인 한국과 6위인 대만이 다음 타깃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대부분 수출품이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타격받을 것이다. 기업들이 무역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전 세계에 생산 기지를 구축한 만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당장 멕시코에 지은 자동차·가전·철강 생산 공장은 25% 관세 폭탄을 얻어맞게 됐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10~20%의 보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이 0.7%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멕시코 등 최대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때린 다음, 개별 협상을 통해 공존 방안을 찾았다. 한국 등 여타 흑자국에 대해선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 내용을 수정하는 식의 협상이 진행됐다. 트럼프 2기 정부도 보편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국가 간 개별 협상을 통해 이익을 최대한 챙길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과 투자 확대 방안을, 유럽은 여기에 더해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리는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인도 등은 미국산 철강·곡물 수입을 늘려 대미 흑자를 줄이는 해법을 찾고 있다. 반면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은 무역 전쟁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조차 불분명하다. 정부는 미국 원유·가스·곡물 수입을 늘리고,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거나 기존 미국 공장의 생산량을 더 늘리는 해법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

미국발 무역 전쟁은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첨단 산업 경쟁력을 더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한미 조선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것처럼,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분야처럼 조선·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 등 다른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 모델을 구축해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미국 우선주의’ 전략에 경쟁국보다 먼저 올라타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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