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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 (화)

트럼프發 ‘보복 관세’ 도미노...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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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캐나다+멕시코 25%, 중국 추가로 10%” 관세 전쟁 스타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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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의 세율을 추가로 10%포인트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폭탄을 맞은 3국이 즉각 보복 관세 등 반발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예고됐던 ‘관세 전쟁’이 현실화됐다.

3국은 즉각 반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1550억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이 대상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백악관의 발표 직후 X에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 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담화문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면서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관세 전쟁으로 한국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이른바 ‘니어쇼어링’ 전략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는 또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반도체, 철강, 제약, 석유, 가스 등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에 재보복…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

1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 폭탄을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예고된 것이었지만 우방국이자, 자유무역협정 체결국까지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과 멕시코·캐나다는 2020년 7월 1일부터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대다수 제품에 무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 안보·경제에 대한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 규제에 나설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캐나다·멕시코까지 전방위 관세를 부과했다. 영국 BBC는 “매일 여러 방향으로 관세 위협이 퍼져 나가는 상황에서 세계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했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이번 행정명령에 담긴 관세 지침은 4일 자정을 기해 바로 시행된다. WSJ에 따르면 이날 행정명령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제품의 규모는 약 1조3000억달러(약 1894조원) 이상이다. 다만 캐나다산 원유 등 에너지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적용된다. 캐나다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 휘발유값 급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미국의 이번 조치에 맞대응할 경우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보복 조항’도 포함돼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예고한 터라, 보복의 보복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우려가 있다.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상원 의원이 있는 주(州)인 플로리다의 오렌지주스, 테네시의 위스키, 켄터키의 땅콩버터 등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관세 목록에는 맥주, 와인, 채소, 의류, 가전제품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될 예정이다. 멕시코는 ‘플랜 B’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로이터는 “멕시코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0%에 이르는 보복 관세를 준비 중”이라면서 “돼지고기, 치즈, 농산물, 강철 및 알루미늄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은 이날 “3국이 관세에 반발할 경우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전 세계 모든 수입품을 상대로 하는 10~20% ‘보편 관세’ 도입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트럼프는 유럽연합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해왔다”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관세를 장려한다”고 했다.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다수 물품에 관세 0%를 적용받는 한국도 피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삼은 뒤 이익을 취하고 추후 관세를 되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세 대상이 된 3국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곧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미국이 불법 마약 거래를 막고 싶다면 협력해야 한다”며 실무 그룹 구성을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추동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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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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