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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월)

‘관세 전쟁’ 방아쇠 당기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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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대로 오늘부터 강행 뜻 밝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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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멕시코·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産)에도 10% 추가 관세를 매긴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멕시코·캐나다 관세가 토요일(2월 1일)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에 “1일 토요일에 한다”고 했다. 전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두 국가가 신속히 행동하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관세 부과 시한을 이틀 남기고 트럼프가 관세 강행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막판에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모든 품목에 같은 관세를 부과할지도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나는 캐나다에 25%, 멕시코에 별도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 국가에 매우 큰 (무역) 적자를 보기 때문에 관세를 꼭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으로 현재 3국 간 무역에 대한 관세는 거의 없다. 캐나다·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트럼프 취임 열흘 만에 본격적인 관세 전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가 한국을 아직 지목하진 않았지만, 경쟁적 관세 인상으로 세계 무역이 둔화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악재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도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단속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월 1일부터 관세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올리겠다고 경고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중국은 그것(펜타닐) 때문에 관세를 내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을 죽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서방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를 겨냥해 “달러를 대체할 통화를 만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지난달 20일 취임한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예고한 멕시코(2023년 기준 미국의 2위 무역 적자국)·캐나다(6위)·중국(1위)은 모두 미국의 주요한 무역 적자국이다.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관세 징수를 위한 대외수입청(ERS) 신설을 공식화하며 “우리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대신,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매겨 우리 국민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는 수입국의 법인·개인이 내기 때문에 수입품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려 코로나 이후 극심해졌다 간신히 잡힌 인플레이션을 다시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런 위험에도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익이다. 캐나다는 불법 이주자와 마약의 미국 유입 경로고, 멕시코는 전기차·철강 등 중국산 제품이 우회 수출되는 통로이니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관세 ‘폭탄’을 감당하란 식이다.

자신이 1기(2017~2021년) 때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문제는 ‘국가비상경제수권법’을 활용해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보도했다. 1977년 제정된 이 법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여러 경제 활동에 폭넓은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세 조정을 위해선 수 개월에 걸친 조사 과정 등이 필요하지만, 비상경제수권법이 발동되면 이를 생략할 수 있다. 의회 승인 절차도 필요 없다.

다만 트럼프가 높은 관세를 임기 중 줄곧 부과하려 한다기보다 불법 이주자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관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로 쓰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1기 때인 2019년에도 멕시코와 접한 미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경제수권법에 따라 관세를 매긴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멕시코가 불법 이주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발동을 취소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엔 미국이 추방한 불법 이주자를 안 받겠다는 콜롬비아를 ‘25% 관세, 1주일 후 관세율 50% 상향’이라고 압박해 반나절 만에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법이 이전에 관세엔 적용된 적이 없다 보니 현재로선 1일부터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우선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다음 1기 때처럼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전 세계 모든 수입품을 상대로 하는 10~20% ‘보편 관세’ 도입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2.5%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정률(定率) 인상되는 보편 관세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FT 보도 직후 “2.5%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를 원한다. 미국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부분 물품에 관세 0%를 적용받는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올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머릿속에 어느 정도로 (관세를 부과) 할지 생각 중인데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난해 유세 기간엔 10~20%를 주장해왔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도 보복에 나설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는 이날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대한 징벌적 관세도 예고했다. 브릭스에 대해 “대놓고 적대적인 이들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도록 확약받겠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브릭스 내에서 중·러를 중심으로 달러의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수출 확대를 위한 약(弱)달러를 선호한다고 알려졌지만, 달러 패권 자체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중국 바이트댄스가 모기업인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 법인 지분 50%를 미국에 넘기라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세를 최고 100%까지 부과하겠다”라고 경고했었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의 세율은 약 15~30%다.

☞보편 관세와 일괄 관세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는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같은 세율로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개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편 관세까지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품목을 구별하지 않고 캐나다·멕시코 등 특정 국가를 지정해 같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은 보통 일괄(across the board) 관세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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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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