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헬기 참사 67명 전원 사망
지난 2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사고로 67명이 사망한 가운데 피해자 중 2명이 한국계 스케이팅 선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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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육군 헬기 충돌 사고로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미 정부가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 교통 관제사가 부족해지고 여행 수요가 급증한 영향 등으로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와중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생존자는 없다”며 “어둡고 고통스러운 밤이었고, 끔찍한 비극이었다”고 했다. 존 도널리 워싱턴 DC 소방청장은 “현재는 구조 작전에서 (시신)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최소 40구 이상의 시신을 사고 현장에서 수습했다고 전했다.
당국이 “사고 원인을 예측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고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제사 등 인력은 부족하고 항공편 증가로 공항은 점점 혼잡해져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항공청(FAA)은 전국적으로 약 3000명의 항공 교통 관제사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학과 산학 협력을 통해 관제사 인력 유입을 늘리고, 오클라호마에 있는 교육 기관에서 훈련을 제공하고 있지만 뚜렷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이건 공항 관제탑에는 자격증을 가진 관제사 19명(2023년 9월 기준)이 근무하고 있다. FAA와 관제사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은 30명이다.
실제로 사고 당시 레이건 공항에서 헬기와 여객기의 관제를 담당하는 관제사가 1명뿐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FAA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헬기와 여객기 관제 업무는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에는 분리돼서 운영되다가 항공기 운행이 줄어드는 오후 9시 30분이 지나면 업무가 통합된다. 그런데 사고 발생일엔 관제 감독관이 오후 9시 30분 이전에 관제사 한 명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인력 배치는 “시간대와 교통량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포토맥강에 여객기와 충돌 후 추락한 블랙호크 헬기의 잔해가 드러나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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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공항이 항공편을 늘려 달라는 정치인들의 요구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이건 공항에서 의회 의사당까지는 자동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항공편을 추가해달라고 로비를 벌여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샌안토니오, 샌디에이고,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에 더 많은 항공편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여객기에서 블랙박스 두 개를 회수해 분석 중이다. NTSB에 따르면 이 장치에는 조종실 음성 녹음과 비행 기록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군 헬기가 일반적이지 않은 경로로 움직인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헬기가 사고 당시 너무 높은 고도에서 승인된 경로 밖으로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충돌 당시 승인된 경로에서 최소 800m 이상 벗어난 상태였다”고 전했다. 헬기는 당시 야간 비행 훈련 중이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어젯밤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면서 “국방부와 육군 차원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윌킨슨 스테클로프에 근무했던 새라 리 베스트 변호사. /링크드인 |
사고 여객기에는 피겨 유망주로 불렸던 한국계 청소년 선수 2명도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명 모두 캔자스주 위치토에서 열린 유망주 훈련 캠프에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스펜서 레인(16)과 지나 한(13) 모두 각각 어머니와 여객기에 함께 타고 있었다. 한국계 새라 리 베스트(33·한국명 강세라) 변호사도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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