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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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일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달여 만에 내란 특검법을 또 거부한 것이다. 권한대행으로서 국회 통과 법안에 벌써 7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해 박정희·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도 많아졌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통령 윤석열이 그랬듯이 예외적으로 써야 할 대통령 거부권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남발한 것이다. 내란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다수 민심엔 아랑곳없이 ‘제왕적 대통령 놀이’를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 대행은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며 “현시점에서는 새 수사기관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공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법안 내용과 상관없이 어떤 종류의 내란 특검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고, 윤석열이 구속기소됐으니 특검은 필요없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똑같다. 처음에는 법안에 위헌적 내용이 담겼다는 억지 논리로 특검을 막더니 야당이 법안을 수정해 그 문제가 해소되자 윤석열이 구속기소됐다는 핑계를 대며 특검을 막아 선 것이다.
윤석열의 거부와 대통령경호처의 방해로 윤석열에 대한 대면조사·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측이 여러 부처에 지시한 쪽지의 내용과 행방 등 더 규명해야 할 의혹도 한둘이 아니다.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기소를 놓고 두 기관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불법이라고 족족 딴지를 걸더니, 정작 그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특검을 두고 여당은 ‘윤석열이 기소됐으니 필요 없다’ 우기고, 최 대행이 그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국민만 보고가겠다던 ‘직무대행 최상목’의 공언도 공염불이 됐다.
최 대행은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시도 때 무책임한 처신으로 일관했다. 대통령경호처의 윤석열 체포·수색 영장 집행 방해를 묵인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사회적 혼란을 키웠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갖은 이유를 들어 내란 특검을 막고 있다.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내란의 강을 건너는 첩경이고, 그럴 때만 국격 회복과 국정의 조기 안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최 대행은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 비상한 시기에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최소한의 역사의식과 공적 책임감이 있다면 그럴 수 없다. 최 대행은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측에서 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지시 쪽지와 관련해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특검과 이해상충이 있는 최 대행이 특검을 막는 건 권한 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할 대행의 권한 행사를 이렇게 사유화해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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