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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삼성 반도체 2분기째 역성장…‘중국 딥시크·트럼프’ 악재 겹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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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캠퍼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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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4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3조원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열풍에서 소외된 터에 중국발 저가 공세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올해는 중국의 추격이 계속될 전망인 데다, 트럼프 2기와 ‘딥시크발 충격’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추가된 만큼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사업부 전망도 밝지만은 않아 회사 전체가 고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확정실적을 보면, 회사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30조1천억원, 영업이익 2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5% 줄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6조4510억원을 찍은 뒤 3분기(3조8642억원)와 4분기에 연달아 내리막길을 걸은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도 111조1천억원, 15조1천억원에 그쳤다. 반도체 한파가 시작됐던 2022년(영업이익 23조8158억원)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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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반도체 부문의 여러 사업부가 동시에 고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단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스마트폰·컴퓨터(PC) 수요 부진과 중국발 저가 공세가 구형 메모리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메모리 사업부는 인공지능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져 구형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시스템엘에스아이(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들 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데, 신제품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삼성 대신 미국 퀄컴의 칩이 전량 탑재됐다.



반도체 사업의 올해 전망도 밝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상반기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반도체 경기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인공지능 칩인 ‘H100’을 쓰지 않고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수출 통제를 비롯한 미국의 통상 정책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딥시크에 대해 “현재 제한된 정보로 판단하기는 이르나 시장 내 장기적 기회 요인 및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정책 입안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사업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다른 주요 사업도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모바일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3년 13조1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6천억원으로 줄었다. 주로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 추세에 접어든 영향이다. 올해에는 퀄컴 칩을 비롯한 부품 단가의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경쟁 심화 등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5조5700억원에서 3조7천억원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사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시장은 삼성이 돌파구를 찾는 데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매년 수십조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 특성상 한번 실적이 고꾸라지면 만회하기 힘들다는 점이 주된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300조8709억원, 32조7260억원이다. ‘반도체 혹한기’였던 2023년(영업이익 6조5670억원)보다는 낫지만, 2022년(43조3766억원)보다는 적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올린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대비된다.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현재 회사 경영 현황이 좋지 않다는 걸 잘 안다”며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4% 떨어진 5만2400원에 마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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