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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금)

재벌총수 처벌=기업 타격? “되레 투자 늘고 경영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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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지난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재벌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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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2003~2013년 사이에 재벌 총수 9명이 형사 처벌을 받았어도 그 재벌기업 상장계열사의 수익성·부채비율·성장성 같은 기업경영에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실증분석이 나왔다. 재벌 총수의 처벌 이후에도 기업 경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된 것이다. 오는 2월3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분석보고서다.



31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재벌총수의 사법처리가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보고서(최한수 경북대 교수·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2003년부터 2013년 사이에 법원에서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총수 9명이 지배하는 9개 기업집단(삼성·현대차·SK·한화·CJ·두산·동부 등) 소속 43개 상장계열사를 대상으로 총수의 형사 처벌 전후 기업경영(수익성, 성장성, 자본비용, 설비투자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총수가 형사 처벌을 받은 상장 계열사들의 수익성(총자산수익률 등)과 자본비용(부채비율 등), 성장성(매출성장률 등), 효율성(노동 및 자본생산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어떠한 수준의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처벌 이후 설비투자가 2~3년 후부터 유의미하게 증가한 사실이 뚜렷한 경향으로 관측됐다. 총수의 처벌 이후에도 해당 기업집단 계열사들에서 그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설비투자비율이 4~7% 증가해 “기업이 총수 부재 상황에 적응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보고서는 “재벌 총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지속한 사실이 일관되게 관찰됐다. 다만 총수가 유리한 양형을 얻을 목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기여도를 부각하려고 평상시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해 두 연구자는 “‘재벌기업에서 지배주주가 사법처리되면 투자 결정을 위축시킨다’는 재계의 주장이 실증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은 이데올로기적 주장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재벌 총수 부재라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전문경영체제가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한국 재벌 체제에서 지배주주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어 왔는데, 이번 보고서는 재벌 총수의 형사 처벌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경영성과(투자·성장·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한 연구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총수 사법처리 이전보다 자본투자 효율성이 증가했다는 점은 총수의 의사결정 개입이 자원배분 효율성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벌 기업에서 지배주주의 역할이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고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번 분석 결과 미국과 달리 한국 재벌 계열사는 총수 개인이 형사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자본비용 증가나 평판 훼손 같은 ‘시장 제재·규율’은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기업범죄가 발생하면 기업의 자본비용이 상승하고 고객 이탈, 기업 평판 훼손 등 ‘시장의 제재’가 뒤따르지만, 한국 재벌은 안정적 경영 성과를 유지하면서 이런 시장 규율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특성이 입증됐다”며 “그 배경으로 재벌의 시장지배력, 기관투자자의 소극적 견제, 재벌에 대한 관용적 인식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재벌에 대한 시장 규율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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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석은 분석 대상인 기업집단과 달리 처벌 이력이 없는 국내 32개 기업집단의 계열사와 독립기업 98개를 비교 통제집단으로 구성해 전체 분석건수는 1625개 기업에 이른다. 또 재벌 총수 사법처리 전후로 해당 계열사의 경영성과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해 각 기업의 고유한 특성과 연도별 특성, 기업 규모(자산·매출액), 산업 특성, 기업 업력 등 기업별 각종 특성을 통제변수에 포함시켜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부당하게 조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은 오는 2월3일로 예정돼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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