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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토)

“내가 제일 왼쪽”… 정치 편향 논란에 빠진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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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재판관, 편향성 지적 나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에 대한 ‘정치 편향’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10여 년 전 소셜미디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교류한 사실부터 재판관 가족들의 정치적 성향까지 거론하며 노골적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정의 외관’을 갖춰야 할 헌재가 정치 편향 논란을 받는 것 자체가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논란을 헌재가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헌재는 지난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4(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갈라졌는데, 재판관들의 진영과 성향에 따라 그대로 나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은 이 위원장을 파면하라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한 헌법학자는 “법리가 아닌 재판관 성향에 따른 판결이 나오니 정치 편향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재판장인 문 권한대행은 과거 페이스북과 블로그, 트위터에 쓴 글이 논란이 됐다. 그는 2011~2013년 소셜미디어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대표와 최소 7차례 정치적·개인적 현안에 대해 소통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1년 7월 문 권한대행 페이스북에 “문판(문형배 판사)님 잘 계시죠? 마나님께 안부를”이라는 댓글을 달자, 문 권한대행이 “시장님 고생 많으시죠”라고 답했다.

또 판사 시절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는데,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굳이 분류하자면 우리법연구회 내부에서 제가 제일 왼쪽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해 블로그에 유엔군 참전 용사 묘역을 방문한 뒤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유엔군을 비판했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원문을 읽어보라”며 당시 블로그 글 링크를 올렸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은 물론 일반 판사와 연구관들도 오해를 살 일은 피하려고 소셜미디어 이용을 자제한다. 10여 년 전 글들이긴 하지만, 재판장이 이런 일에 엮이게 된 것은 탄핵심판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이미선 재판관의 경우, 친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 단체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가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정계선 재판관의 남편 황필규 변호사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직후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에 동참하고, 국회 측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 재단에 근무 중이다. 윤 대통령 측은 “친동생과 남편이 탄핵을 주장하는데 재판관이 양심상 선고에 관여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다가 하루 만에 기각됐지만,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도 기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에서도 문 권한대행과 이·정 재판관을 탄핵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세 재판관은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손을 떼고 즉각 회피함이 본인들의 최소한의 윤리적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는 최 권한대행의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가 위헌인지 여부를 다음 달 3일 선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마 후보자도 노회찬 전 민노당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고, 6일 뒤 민노당 관계자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려 정치 편향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에 대해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당이 무리하게 탄핵소추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보다 마 후보자 임명 보류 사건을 먼저 처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헌재 스스로 공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도 국민들에게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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