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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금)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유족, 동료에 ‘직장 내 괴롭힘’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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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폭언·부당한 지시로 고통”

MBC “고인이 고충 알린 적 없어”

고용노동부서 직권 조사 가능성

작년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오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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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당시 28세)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휴대폰 속 유서와 통화 내용, 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동료 직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30일 확인됐다. MBC는 2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고충을 담당 부서에 알린 적 없었다”고 밝혔다.

2021년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오씨의 유족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소장에서 ‘고인이 입사한 당해 10월부터 사망 전까지 특정 동료의 빈번한 비난, 폭언, 인격적 모독과 부당한 지시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강명일 MBC 노동조합(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과 29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고인의 유족 측을 통해 유서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특정 동료는 오씨에게 “역량 부족으로 기상팀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 “업무 미숙 등 실력에 태도도 문제라 MBC 보도국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등의 말을 하거나 퇴근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고인은 지인과의 문자에서 “약에 의존한다” “심장 쪽이 너무 아프다”며 고통을 여러 차례 호소하기도 했다.

MBC의 사내 왕따 등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MBC 아나운서 시절이었던 지난 2012년 MBC 노조 총파업 중 노조에서 탈퇴하고 방송으로 복귀해 메인 뉴스 앵커로 활동했지만, 2017년 최승호 전 사장 취임 이후 뉴스에서 출연 배제 조치를 받았다. 배현진 의원은 앵커 시절부터 2018년 3월 MBC를 떠날 때까지 일부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MBC에선 또 2017년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고, 최근 서부지법은 당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승호 전 사장에게 벌금형(800만원)을 선고했다.

MBC에서 반복되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직권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의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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