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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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로벌 달러가치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글로벌 경제 중에 미국 경제만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경제 예외주의’가 꼽힌다. 미국 경제의 특별한 역동성은 스타트업에서 나오고,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성과는 미국 특유의 벤처캐피털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진단은 꽤 많은 편이다. 특히 과학기술과 자금공급, 사업을 서로 연결하는 ‘스타트업-벤처캐피털-기관투자가’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구축된 혁신적 정보연결망, 이른바 ‘세상을 바꾸는 문샷(Moonshot) 추구’ 시스템이 미국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8월 내놓은 ‘경제의 역동성과 금융의 역할’ 보고서는 미국경제가 역동적으로 지속 성장을 구가하는 원천으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계-스타트업-벤처캐피털산업-기관투자가를 망라하는 벤처산업 생태계’를 꼽는다. 벤처산업이 주도하는 미국경제의 역동성은 한국경제에 금융부문이 어떻게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뜻이 이 분석에 담겼다.
보고서는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하는 금융발전지수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저성장 기조에 돌입하고 있으며, 은행 및 자본시장 시스템부문의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미국의 금융시장은 1990년대 기술주도 경제의 등장으로 모험적인 자금 배분과 속도를 중시하는 ‘미래가치 중심 금융’으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998~2017년 국내총생산(GDP) 2.3%, 디지털경제 9.9%, 2017~2022년에 GDP 2.2%, 디지털경제 7.1%로 디지털경제 성장 폭이 놀라운 수준에 이른다.
미국 공공연기금은 개별 자산의 위험보다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중시해 위험자산 투자를 허용하면서 1990년대부터 벤처기업 지분 투자를 시작했다. 이에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미국 기업은 1982년 1천개, 2000년 8천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1만2618개, 2022년 1만5604개에 이른다. 2023년에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 3417개가 스타트업 7만8천개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 투자거래는 1만3608건(1억7천만달러), 운용자산 규모는 1조2100억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기업공개에 성공한 스타트업 중에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곳은 2018년 33.6%, 2022년 18.6%에 이른다. 세계 총생산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 벤처캐피털 시장에서는 계약 건수에서 37%, 계약금액으로는 47%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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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벤처캐피털은 매년 1천건 이상의 투자를 제안받지만 실제 투자하는 확률은 1% 미만이고, 투자를 2회 받아내는 데 성공할 확률은 63%로 알려진다. 특히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 중 10~20%를 우선주 구입에 쓰고 이사회에도 참여하면서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스타트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페달 역할을 수행한다.
보고서는 “1990~2020년 기간 미국경제에서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은 일반기업에 견줘 고용창출 효과가 8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며 “미국경제의 성장엔진은 미국 특유의 벤처캐피털 생태계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이 허브로 구실하면서, 자금공급 금융(기관투자가와 자본시장)과 스타트업(사업화)이 다원·다중·복합적인 정보연결망을 형성해 자원배분을 연속적으로 조정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도출하는 ‘혁신정보연결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 연결망이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 벤처금융의 역동성은 디지털 혁신경제를 주도하면서 성장 엔진 구실을 하는 M7(애플·구글 등)이 상징하는 이른바 ‘문샷’(Moonshot) 추구에 있다고 꼽았다. 아폴로 11호 프로젝트에서 유래된 문샷은 단기 수익성이나 보상은 물론 위험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세상을 놀라게 할 야심적이고 실험적인 신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도전적 경향을 가리킨다. 보고서는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금융산업의 도전적인 투자생태계가 세계 어느 경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위험 감수 모험투자’ 기풍을 구축했다”고 짚었다.
유럽·일본의 스타트업들은 기업공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워 ‘죽음의 계곡’을 탈출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문샷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또 스타트업 성장단계에 따라 종잣돈·초기투자·후기투자 시장이 분화돼 있고, 산업별로 특화되어 중층·다원적인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회수가 가능하다.
보고서는 “미국은 은행과 자본시장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기관투자가 등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벤처캐피털이 창업생태계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공급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금융혁신이 계속되면서 금융이 잉여자금을 실물경제로 유입시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런 특유의 시스템이 미국 경제에 끊임없이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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