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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금)

“미국 워싱턴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주검 30구 이상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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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미국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포토맥강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 당국이 모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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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9시께(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공항에 접근하던 여객기가 미 육군 헬리콥터와 충돌한 뒤 강에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영하에 가까운 수온 탓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아메리칸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8시48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에 착륙을 준비 중이던 아메리칸이글 항공기가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와 헬리콥터 모두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육군 헬리콥터에는 군인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여객기에는 캔자스주 위치토에서 열린 미국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에 참여한 피겨스케이팅협회 소속 선수와 코치, 가족 등이 타고 있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 미국 시엔엔(CNN) 등은 1994년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페어 경기에서 우승한 예브게니야 시시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가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발생 직후 버지니아·메릴랜드주와 워싱턴디시(DC) 경찰 및 소방당국은 구조 작전에 총력을 다했다. 존 도널리 시니어 워싱턴 소방·응급의료국장은 “현재 모든 수색 및 구조 작업이 물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둡고 흐리고 시야가 좋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잠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 수습 작업에 며칠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고기가 추락한 포토맥강 수온이 영하에 가까운 점이 피해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국기상청(NWS)은 워싱턴디시의 기온이 약 10℃에 근접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토맥강의 수온이 약 1.7℃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강에 빠질 경우 심각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정도 수온의 물에서는 단 몇분 만에 체온이 약 35℃ 이하로 떨어져 저체온증이 시작될 수 있다. 기상청은 “15~30분 내에 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생존 가능 시간은 대략 30~90분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30일 아침 6시50분 현재 최소 30구의 주검이 수습됐다고 보도했다.



아내가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는 하마드 라자는 공항에서 더블유유에스에이(WUSA) 방송과 만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아내를 강에서 구조하고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며 “사고가 나기 직전 아내로부터 ‘20분 후 착륙할 거야’라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내가 보낸 문자들은 전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헬기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항공교통관제(ATC) 교신을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라이브에이티시(LiveATC)를 통해 확보한 공항 관제사와 사고 헬기 조종사 간 교신을 토대로 이렇게 분석했다. 교신을 들어보면 관제사는 헬기 조종사에게 “당신이 주의해야 할 항공기는 지역항공사 항공기다. 보이느냐”고 물었다. 헬기 조종사는 “보인다”고 답했다. 관제사는 “해당 항공기와 시각적 분리를 유지하라”고 말한 뒤 “그 항공기 뒤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사고 헬기가 훈련 비행 중이었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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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시 방송에 출연한 조종사 출신 항공 전문가 존 낸스는 “헬기 조종사가 착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밤에는 수천개의 불빛이 지평선에 있기 때문에 다른 항공기나 불빛을 자신이 피해야 할 항공기로 잘못 식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충돌이 고도 100∼150피트 사이에서 발생했는데 이런 고도에서 여객기 조종사는 오직 활주로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창밖을 볼 여유가 없고, 주변시(시야의 주변부에 대한 시력)로 헬기를 포착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헬리콥터가 왜 착륙 중인 여객기를 확인하지 못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향후 조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도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테러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엔비시 방송은 “미 연방수사국(FBI) 워싱턴 현장 사무소의 한 고위 관계자가 ‘이번 추락 사고와 관련해 범죄 행위나 테러와 연관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제사가 제대로 지시했다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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