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와 챗지피티(GPT) 개발사 오픈에이아이(AI)의 기업이미지(CI). 툴루즈/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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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가성비 인공지능’이 챗지피티(GPT) 개발사 오픈에이아이(AI)를 일부 앞섰다는 벤치마크(성능지표) 결과를 놓고, 전세계 인공지능 업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 관계자들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에 비춰볼 때, 딥시크의 결과는 ‘정상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새 경쟁자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백억달러씩 투자해야 끼어들 수 있는 ‘쩐의 전쟁’으로 불리던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딥시크 ‘가성비’는 정상적 추세”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와 비슷한 수준의 모델을 한발 늦게 선보인 딥시크를 ‘혁신’으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29일(현지시각) 블로그에 쓴 글에서 “(앤트로픽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거대언어모델) 클로드 3.5 소네트의 훈련은 9~12개월 전에 이뤄진 반면, 딥시크의 모델(V3)은 지난해 11~12월에 훈련됐다”며 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 곡선을 고려할 때 “딥시크 브이(V)3 훈련 비용이 1년 전에 개발된 미국 인공지능 모델보다 약 8배 더 저렴하다면 정상적이고 추세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지난달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브이3의 훈련 비용이 557만달러(약 8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는데, 그보다 6개월 앞서 나온 앤트로픽 모델의 경우 “훈련에 1천만달러가 들었다”는 게 아모데이의 설명이다. 비슷한 모델을 반년 늦게 출시한 딥시크의 비용 절감은 당연하다는 취지다.
빅테크, ‘워룸’ 꾸려 대응도
빅테크들은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에 애써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딥시크가 일으킨 지각변동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는 28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딥시크의 챗봇 ‘알(R)1’을 “가성비를 고려할 때 인상적인 모델”이라고 평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도 “인공지능이 보다 효율적이고 접근이 쉬워질수록 사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픈에이아이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딥시크가 오픈에이아이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나섰다. 미국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증류’(Distillation)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오픈에이아이의 모델을 모방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무단 추출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딥시크처럼 오픈소스로 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해온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작전실’(war room)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29일 실적발표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딥시크의 부상에 겁을 먹은 것 같다. 하지만 메타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주가에도 영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인공지능 개발을 막기 위해 반도체 수출 규제 카드를 또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사양 반도체 수출 규제에서 더 나아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 에이치(H)20까지 대중 수출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는 지난달 출시한 브이3 개발에 엔비디아 저사양 칩 에이치800을 약 2천개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딥시크가 저사양 반도체만으로 빅테크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했다는 주장에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27일 폭락 이후 나흘째 출렁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는 28일 8.93% 반등했지만, 29일 다시 4.1% 떨어졌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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