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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구조 중 추락한 파일럿…살아남은 개들, 새 가족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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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파일럿, 유기견 구조 중 추락사

살아남은 개들, 새 주인에 입양

동물을 구조하던 조종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유기견 두 마리가 새 보금자리를 찾은 사실이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 미국 뉴욕주에서 일어난 조종사 석 김씨의 사망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개들이 입양돼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생후 6개월 된 래브라도 혼종 '위스키'는 눈 속에서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발견됐으나 코네티컷주 병원에서 수술과 물리치료를 받은 뒤 한 가정에 위탁됐다. 이 가족은 위스키를 공식적으로 입양해 기르기로 결정했다. 요크셔테리어 혼종 '플루토'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해 뉴욕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지난해 11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파일럿 故석 김 씨가 생전 유기견 수송 비행을 하던 모습. 쇼하리밸리 동물보호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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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해 11월 여느 때와 같이 구조 활동을 위해 메릴랜드주에서 유기견 세 마리를 태우고 이륙했다. 뉴욕주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나던 그의 비행기는 알 수 없는 문제로 추락했고, 김씨는 향년 49세로 사망했다. 사고 당일은 험난한 지형과 악천후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그가 비행 중 강한 난류를 만나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함께 있던 유기견 세 마리 중 한 마리인 '리사'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 김씨 유족들에게 유해가 전달됐다. 유족들은 리사의 유해가 자택으로 이송되는 과정이 고인을 위한 '추모 비행'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사망한 김씨와 살아남은 개들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화제가 됐고 미 전역에서 100가구 이상이 입양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딸 레아(16)는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설 만큼 리사에 대해 각별했다"며 "우리는 리사를 계속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시작한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리사가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파일럿 앤 퍼스 역시 "석 김은 변함없는 헌신으로 많은 생명을 구했고, 동물 구조 커뮤니티 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며 그를 추모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9살 무렵 가족과 함께 버지니아주 버크로 이민을 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월가에서 근무한 뒤 버지니아로 돌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이후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조종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고 파일럿 앤 퍼스에서 구조 활동을 하며 비행시간을 쌓았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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