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작년 9월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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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당은 투쟁과 탄핵을 말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를 투쟁과 분리해 강성 이미지를 지우고, 탄핵 이후 정국 안정과 대선 승리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이가 많다. 이 대표가 지난 2022년 대선 패배 뒤 당 대표 2연임을 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드는 과정을 유권자들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 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당대표가 아니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당대표 아니라 홀가분했던 文
2016~2017년 탄핵 국면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원내대표는 우상호 의원이 맡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대권주자’로서만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은 발언을 최대한 자제했다. 현안은 당 지도부가 대응하고 문 전 대통령은 언급을 자제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지지층 구미에 맞는 강성 발언은 추 대표가, 원내협상은 우 원내대표가, 차기 대선작업은 문 전 대표가 전담하는 일종의 분업체제가 작동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당직을 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대선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며 “탄핵 직후 있을 조기대선을 고려했을 때, 보수층들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과격한 발언은 최대한 삼갔다”고 했다. 실제로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국면을 주도하기보다는 ‘반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고,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국면으로 넘어갔을 때도 구속 수사를 주장하지 않았다.
◇당대표와 대선후보 투잡 李
일극체제는 당이 대여 강공투쟁을 할 때는 효과적이었지만, 대선을 준비할 때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현재 이 대표는 탄핵 국면에서 선명하게 투쟁해야 하는 야당 당수의 역할과, 대선주자로 안정감을 줘야 하는 역할 두가지가 충돌하고 있다”며 “두 역할에 따른 메시지가 각각 나오다 보니 일관성이 없고, 메시지가 냉온탕을 넘나드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탄핵 국면 때 괜히 점잖은 말만 한 게 아니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따라 잡히는 건 당 지도부의 강경 일변도 전략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이 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당은 투쟁과 탄핵을 말하는 ‘투 트랙’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게 먹힐지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의구심이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민생·경제 위주의 발언을 해도 유권자들은 당내 강성발언이 이 대표와 무관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현재 민주당은 이 대표의 이미지와 오버랩돼 있다. 당과 이 대표가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 하는 게 뭐냐” 불만도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난 탄핵 국면 때 우상호 원내대표와 비교가 많이 되고 있다”며 “당시 우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때부터 최순실 게이트를 수면 위로 띄우고, 탄핵 국면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자주 소통하는 등 국면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 박 원내대표처럼 우격다짐이 아니라 ‘전략’이 분명했다”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이렇게 대선이 빨리 올 줄 알았다면 원내대표는 다른 사람이 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작년 5월 ‘단독 추대’됐다. 사실상 이 대표가 ‘지명’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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