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백악관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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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시작된 가운데 제약·바이오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지난 23일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하고 차세대 먹거리로 첨단 바이오산업을 꼽고 나선만큼 미국의 정책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 받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 기업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우시바이오로직스 공장의 모습./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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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다”는 中 바이오, 축소세
먼저 지난해 말 미국 상원에서 통과가 무산된 바이오 보안법(Biosecure act)은 올해 부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법은 행정부를 비롯해 관련 기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이 ‘우려 기업’에 해당하는 중국 바이오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오 보안법의 직접 타깃인 우시 바이오로직스와 우시 앱텍 등은 지난 15일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인 무대에 올라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수함(quality)”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공개한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건수는 2020년 103건에서 지난해 151건으로, 매년 10건 가량 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시 계열의 해외 사업장은 축소세 보이고 있다. 우시앱텍은 지난달 자사의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사업부인 우시 어드밴스드테라피(WuXi Advanced Therapies)의 미국과 영국 사업부를 미국 사모펀드 알타리스에 비공개 금액으로 매각했다. 최근에는 우시 바이오로직스가 아일랜드에 있는 백신 시설을 미국 제약회사 머크에 약 5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바이오 보안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센터는 24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2024년 미국 ‘생물보안법(중국 등 적대국 우려 바이오기업 거래 제한)’이 불발되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중 정서로 생물보안법이 부활할 수 있다”며 “경쟁사인 특정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활동이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써모피셔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현재 안 그대로 바이오 보안법이 통과될 경우 중국 BGI 그룹과 그 자회사인 MGI 테크, 컴플리트제노믹스(Complete Genomics),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우시앱텍(WuXi AppTec),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우려 기업’으로 지정된다. 따라서 이들 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위탁생산(CMO),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일차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가 약가 인하를 추진하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주로하는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규제하면 다량의 원료의약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의약품의 중국 제품 사용에 대한 제한이 예측되는데 그럴 경우 공급망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원료의약품의 80% 이상을 중국·인도에서 수입하는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료의약품을 통해 의약품 완제품을 생산했을 때 장기적으로 미국 진출이 가능한지의 문제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바이오 기술을 사들이려는 글로벌 빅파마의 눈길을 중국으로 쏠리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직접 FDA 승인을 받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싼 값에 중국 기술을 사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애브비가 중국 심시어자이밍의 삼중항체 항암제를 10억5000만달러 규모로 기술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슈도 최근 중국 이노벤트로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물질을 최대 10억달러 규모로 도입했고 지난해 12월 중국 신다바이오는 MSD에, 중국 항서제약은 미국 아이디아바이오사이언스에 각각 10억달러 규모로 항암제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하는 등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계약은 대부분 중국 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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