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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부모님댁엔 없는 시중은행…10년간 얼마나 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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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한 저축은행 지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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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아무개(48)씨는 지난해 직장 동료의 경조사로 전남의 군 지역을 방문했다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지 못한 기억이 있다. 김씨는 “현금을 뽑아야 하는데 주변에 은행이나 입출금기가 없어 당황했다. 결국 서울로 돌아와 추후에 경조사비를 전했다”고 말했다.



명절을 맞아 많은 이들이 수도권을 떠나 전국 각지의 고향을 찾는다. 가족 간의 정이 넘치는 시골 마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금융기관 점포다. 지방소멸과 맞물리면서 군 단위에서는 이미 시중은행 지점이 한 곳도 없는 곳이 많다.



29일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2023년 말 주요 금융기관 국내 지역별 점포수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은행의 점포 수는 12년 간(2011년 대비 2023년) 31.6% 감소했다. 업권 가운데선 은행의 점포 수 감소율이 가장 높았고 저축은행(23.0%), 우체국(11.1%), 새마을금고(11.0%) 등이 뒤를 이었다.



점포 수 감소는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나온 금융연구원의 ‘국내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강원 양구군과 전남 신안군에서는 은행 점포에 가기 위해 27㎞를 넘게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 모두 65살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지역이다. 다만 대개 이런 지역에는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은행과 상호금융에 해당하는 단위농협, 수협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중은행이 한 곳도 없는 한 군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단위농협, 우체국 등이 있어 큰 불편함은 없다”면서도 “대출을 받거나 할 때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고 조금이라도 더 싼 이자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사회적 역할 등을 고려해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점포를 적극적으로 닫지는 못하고 있다. 2023년에 금융위원회가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만들고 점포 폐쇄에 따른 영향 점검이나 대체점포 마련 등을 요구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점포 수 감소율을 전국 16개 시도별(세종 제외)로 뜯어보면 서울의 감소율이 39.0%로 가장 컸고 대구(33.0%), 경기(32.8%) 등이 뒤를 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강원 13.2%, 제주 13.0% 등).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점포 수 자체가 대도시에 많은 반면, 지방은 원래 적어서 줄일 여지가 없다. 은행권은 내심 더 줄이고 싶어하지만 사전평가나 대체점포 같은 기준도 있다 보니 차이가 나타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단위 자금공급을 책임지는 저축은행·상호금융은 대도시가 아닌 곳을 위주로 점포 감소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충남(71.4%), 강원(62.5%)에서 점포가 가장 많이 줄었고, 상호금융도 인천(18.5%)을 제외하면 경북(9.3%), 충북(7.4%) 등지에서 감소율이 높았다. 점포 수 감소를 경계하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덜한 점, 은행과는 반대로 비교적 지방에 점포가 원래 많았던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심사 과정에서 지역으로의 자금공급에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고,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대리업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 공급이 지방 사람들을 지방에 붙잡아 둘 수 있게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엇이 먼저여야 하는지’는 난제다. 금융기관 점포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시골로 돌아갈까. 금융기관이 시골을 떠나는 이유는 그곳에 수요가 없기 때문인데 무작정 점포를 줄이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정작 지방은행 등은 비대면을 통해 지역에 침투하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실정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지방엔 가계는 물론이거니와 기업이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공급을 늘리라고 해도 ‘(자금을) 줄 데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것 사이에 미스매치(불일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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