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S. 굿맨 ‘공급망 붕괴의 시대’
2년간 아시아·중동·북미 직접 취재
“세계화는 끝났다”…교역 근거 약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예고했다. [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76억 달러(한화 약 10조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에 공장을 세웠다. 현대, 기아, 제네시스 등 브랜드를 단 전기자동차 생산 거점인 이 공장은 그 이름만으로도 야심찬 포부가 느껴지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그룹은 미국 정부가 어떤 관세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공장을 건설했다.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의 손으로 신차를 생산해 국가주의 열기가 고조된 시대를 대비하고자 한 것이다. 북미 공급망을 활용해 부품 조달에서 국제 해운 의존도도 줄일 계획이었다. 무엇보다, 새 공장은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됐다. 그는 관세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 공장을 지은 결정이 얼마나 현명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계화는 끝났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제 저널리스트 피터 S. 굿맨의 ‘공급망 붕괴의 시대’는 미중 갈등과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극심하게 휘청거리는 거대한 공급 사슬을 진단하며 이같이 선언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드러난 여러 징후를 보면, 공장 생산품을 바다 건너로 운송하는 경제적 논리가 분명 약해지고 있다. ‘어디서 생산할 것인가’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단순히 비용과 효율의 문제가 아닌, 변화무쌍한 지정학적 전략 문제이자 무역 마찰을 피해가려는 보호 조치의 문제로 탈바꿈했다는 의미다. 굿맨은 “지역 허브를 중시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나 생산 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는 ‘리쇼어링(Reshoring)’ 같은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탄소 감축 규제를 해운업계로 확대하면서 멀리 떨어진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해 유럽에 공급하는 매력이 더 떨어졌다. 해운업체들이 탄소 배출권을 사야 하기 때문에 운송 비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다.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에 따르면, 유럽에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은 자체 공급망을 감사한 뒤 공급업체들의 데이터까지 공개해야 한다. 로펌, 회계사, 컨설턴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현대의 공급망은 거대한 상장 기업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구축됐다. 이들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나 용역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워 자신들의 지배력을 정당해왔다. (...) 이제는 우리 집 앞에 도착하는 상품을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운송할지에 대해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발언권을 가져야 할 때다.”
공급망 붕괴의 시대/피터 S. 굿맨 지음·장용원 옮김/세종서적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