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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1 (금)

멈춰있는 항공기에서 불이 날 수 있는 원인들[이원주의 날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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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며칠 앞두고 큰 항공사고가 터져서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게 불과 한 달 전입니다. 설명절을 하루 앞둔 밤 또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항공사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8일 밤 10시 26분 경 김해공항에 주기되어 있던 에어부산 A321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탑승객 전원의 빠른 대처와 질서있는 탈출로 가벼운 부상자 외에는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28일 오후 10시 26분 경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가려던 에어부산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가 진화하는 모습. 이륙 전 화재가 발생해 승객 등 176여 명이 모두 비상 탈출했으며 부상자가 1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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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항공기 꼬리 쪽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화재 원인을 예단하는 건 금물입니다. 사고 원인은 항공사와 항공당국, 소방당국의 합동 조사 결과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28일 오후 10시 26분 경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이던 에어부산 391편 A321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긴급 진화작업을 벌이는 모습. 독자 제공


그런데 엔진도 돌지 않고 멈춰 있는 항공기에서 불이 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객실 내에서 불이 났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재 원인은 ‘보조배터리’입니다. 긴 비행시간을 버티기 위해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를 휴대하는 승객이 많아지면서 비행기 화재 사고는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8년 중국남방항공 기내에서 보조배터리에 붙은 불을 승무원들이 끄는 장면. 출처: ChinaAviationReview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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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행기가 아직 출발하지 않은 상태여서 날개에 붙은 주 엔진이 돌지 않더라도 비행기에는 열심히 돌고 있는 ‘숨은 엔진’이 하나 있습니다. 보조동력장치(auxiliary power unit·APU)라고 부릅니다. 대형 여객기의 꼬리 쪽에 보면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을음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 구멍이 APU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구멍입니다.

보잉 777 항공기의 APU 가스배출구. 보잉, 에어버스 등에서 제작한 대형 항공기는 꼬리 부분에 APU가 위치합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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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행기에 APU가 다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보잉, 에어버스 등 유명 기종은 모두 항공기의 꼬리 부분에 APU가 장착돼 있습니다. 이 엔진의 주된 용도는 주 엔진이 돌기 전까지 항공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비행기에 전기와 압축공기, 에어컨 같은 객실 환경 조절장비까지 모든 것을 주 엔진 가동 전까지 책임집니다. 이 엔진이 돌고 있어야 주 엔진 시동도 걸 수 있습니다.

에어버스 A320 기종에 장착되는 APU. 출처 허니웰(Honey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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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형 공항에는 항공기에 공항 전원이나 별도 장비를 활용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시동을 걸기 직전에는 항공기에서 모든 연결선이 분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APU 가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천공항의 항공(Jeppesen)차트에 명시된 APU 가동 허용 시간. 항공기가 주기장을 떠나는 시간 (Off-Block Time) 30분 전부터 가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출처 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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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PU도 연료를 소모하는 소형 엔진이고, 배기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일부 공항에서는 APU 가동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비행기가 주기장을 떠나기 30분 전부터만 APU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항 자체의 전력공급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공항은 이 같은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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