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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로큰’ 하정우 “90kg 자연인으로 촬영..본능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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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는 날것의 미학, 낯선 현장 활용해 새 얼굴 발견”
“김남길 분량 편집 아쉽지만...추적극의 묘미 즐겨주시길”


배우 하정우. 사진 I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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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내려 놓았어요. 살은 순식간에 불어나고 수염도 덥수룩해졌죠. 낯선 장소, 제작진, 기존에 입지 않던 의상까지...평상시완 다른 얼굴·몸놀림이 나왔어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브로큰’의 개봉을 앞둔 하정우(46)를 만났다.

그는 첫 호흡을 맞춘 ‘신예 메가폰’ 김진황 감독을 두고 “강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장편 상업영화는 처음이지만 많은 스태프와 베테랑 배우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시나리오가 현장으로 옮겨지면서 변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다른 의견도 수용하며 고쳐가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보통이 아닌 깡에 200% 믿고 간닸다.

“당시 몸무게가 90kg에 육박했다”는 하정우는 “(관리를 끊은) 자연인 그 자체였다. 인위적으로 표정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고, 느끼는 만큼 주어진 만큼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년 간 찍은 작품에서 이렇게 수염을 기르고 나온게 오랜만이더라. 최근에 맡은 캐릭터들은 세팅 된 모습이다. 다 영화의 흐름에 의해서 어떻게 잘 재단된 캐릭터라면 민태는 아무런 그게(세팅이) 없다”며 “첫 장면이 미용실 신인데 문 열고 일어나 머리는 세면대에서 감고 물을 마시는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카메라가 어디있는지 의식하지 않고 심플한 지문의 디렉션대로 연기했다. 거친 현장에 그대로 적응했다”고 회상했다.

“제 얼굴을 담는 촬영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들도 거의 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어요. 촬영지·의상 등 다른 대부분의 것들도요. 그런 낯선 부분에 되려 맡겨서 하고 싶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캐치되길 바랬죠.”

배우 하정우 스틸. 사진 I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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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은 하나뿐인 동생 ‘석태’가 시체로 돌아오자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펼치는 형의 분노의 추적극이다. 다급한 목소리로 ‘제대로 사고친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사라진 동생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것도 끔찍한 상태로.

현재는 손을 씻었지만, 조직에 몸을 담았을 당시 그 영향력이 상당했던 민태(하정우)는 하나뿐인 피붙이를 잃고 눈이 돈다. 모자른 동생이지만 아이처럼 형을 따랐고, 형은 그런 동생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조직으로 끌여들었다. 폭력의 삶, 악행 속에서도 왜곡된 우애는 깊었다. 그 비뚫어진 진심은 변한 적이 없다. 그런 석태가 누군가에게 살인을 당한 것.

답답한 경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조직을 뒤로 한 채, 형 민태는 추적에 나선다. 동생의 죽음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동생의 동거인 문영을 찾기 위해. 그 과정에서 소설가 호령(김남길)과 엮인다. 알고보니 그의 소설엔 문영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석태의 죽음이 담겼다.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민태는 거침없이 뚫고 간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당연하게 내던진다. 납치된 딸을 잃은 ‘테이큰’의 전직 요원 아버지, 옆집 소녀를 구하러 폭주하는 ‘아저씨’처럼.

그의 전략은 통했다. 최근 몇 년간 하정우가 선보인 영화와는 다르다. ‘추격자’, ‘황해’와 같이 날것의 거친 캐릭터에 깊어진 내공이 더해졌다. 몰입 갑, 시선 강탈이다. 그는 “‘새로운 얼굴을 봤다’,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반응들을 봤는데 초심은 늘 갖고 간다. 다만 이런 캐릭터가 오랜만”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런 작품을 기다리고, 또 좋아하신다는 걸 느꼈다”고 웃었다.

이 같은 반응은 SNS와도 연결된다고도 했다. 하정우는 “인스타그램 6개월차의 삶을 살고 있는데, 거기에 게시물 올려도 세팅된 얼굴보다 후줄근한 그냥 아저씨 얼굴의 일상 사진에 반응이 훨씬 더 좋다. 감자 사진이라던가, 이런 것들에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추격전에 올인해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한편, 전개(서사)는 매끄럽지 못하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선 “조직 생활 중 석태가 사고를 치자, 그 죄를 대신 끌어안고 감옥에 가는 ‘민태’다. 그런데 수감 중 석태가 조직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죽음에 내몰리게 되는데 독생의 죽음이 얘(민태)에겐 도화선이 됐다”며 “시나리오보다 영화 본편에서 내용이 많이 축약됐다. 템포 상 편집을 통해 컴팩트하게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점프 구간이 많아 아쉽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그 형태 자체로 즐겨주신다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길과 BL, 반응이 좋다면 추진해봐야”
스타투데이

배우 하정우. 사진 I 바른손이앤에이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 김남길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하정우는 ‘클로젯’(2020) 이후 ‘브로큰’에서 김남길과 재회했다.

하정우는 김남길이 연기한 베스트셀러 작가 호령의 서사가 축소된 데 대해서도 “편집 과정에서 많이 정리가 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호령의 소설 이야기도 또 다른 축으로 흘러가는데 편집 과정에서 많이 정리가 됐고 민태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비어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나리오에서는 호령 캐릭터가 탄탄하게 담겨 있는데 25~30분가량이 편집됐다. 그로 인해 이야기 구조 자체 소설 둘러싼 스릴러 부분이 못 미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정우는 김남길이 이를 쿨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짜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워낙 쿨가이”라며 “이 부분에서는 멋지게 받아들인 것 같다, 영화의 편집의 냉혹함은 모두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전체 영화를 위해 본인이 감내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한편, 하정우는 최근 ‘브로큰’ 홍보차 한 방송국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남길과 다음 작품을 촬영한다면 어떤 장르에 도전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BL(Boys love)”이라고 농담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정우는 “(반응이) 뜨겁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그렇다면 나아갈 방향을 한번 모색해 해보도록 하겠다. 20대, 10대들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느냐”고 능청스럽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재차 “아쉬운 지점도 물론 있지만 반가운 면들도 충분히 많을 것”이라며 “논리로 판단하기 보다는 99분짜리, 그 형태 그대로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2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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