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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6 (일)

[앵커칼럼 오늘]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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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선거에서 지미는 저의 약점을 파고 들었습니다.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 선거 덕분에 오래 가는 우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치 라이벌을 향한 이렇듯 각별한 추도사가 있을까요? 지난주 거행된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2006년 사망한 포드가 카터를 위해 생전 써둔 추모사를, 포드의 아들이 대독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특별한 모습도 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클린턴, 아들 부시, 그리고 오바마. …생존한 전·현직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이 참석했습니다. 서로를 비방했던 트럼프와 오바마는 나란히 앉아 웃으며 대화했죠. 이들은 7년 전에도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었습니다.

미국 정치의 살벌함은 대한민국 저리가라지만, 전·현직 대통령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을 보이는 것 자체로 국민에게 위안을 줍니다.

우리 상황은 너무나 씁쓸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망명 도중 쓸쓸히 숨을 거두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됐고,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은 영어(囹圄)의 몸이 됐었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됐습니다.

2025년 1월 15일 오늘,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 흑역사를 기록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그것도 관저에서 체포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요즘 워낙 초유의 사태가 많다보니, 별로 새롭지도 않습니다만, 헌정사에 처음인 일이 또 일어난 겁니다. 광복 80년 역사에 온전히 남은 우리의 대통령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상대의 모든 것을 빼앗아야 자신이 사는 이른바 죽기살기 게임입니다. 자동차 사고로 요절한 배우 제임스 딘은 영화에서 벼랑 끝을 향해 질주했죠.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가 이렇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대통령은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대통령을 깔보며 서로의 힘을 과시했습니다. 극단의 길로 들어선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큽니다만, 야당도 이런 지적에서 벗어나긴 힘듭니다.

자신만이 모든 걸 차지 해야 하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정치는 손을 봐야합니다. 아니 끊어내야 합니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입니다.

1월 15일 앵커칼럼 오늘 '위기를 기회로'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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